미국 공화당이 상원에서 닐 고서치(50)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을 위해 ‘핵 옵션’을 쓰면서 워싱턴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6일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을 위해 ‘핵 옵션’을 사용했다. ‘핵 옵션’이란 100명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의사규칙을 ‘단순 과반 찬성’으로 조정하는 조처다. 소수당과의 협의를 중시하고 필리버스터를 절차의 하나로 인정하는 상원의 전통을 부인하는 핵폭탄급 조처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공화당 상원의원 52명이 연방대법관 인준 절차에서 핵 옵션을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고,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48명이 반대했다.
앞서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이 55 대 45로 부결되자 공화당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고서치 후보자는 이제 공화당 쪽의 찬성만으로도 인준 문턱을 넘게 됐다. 민주당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한 고서치 후보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친기업적이며, 트럼프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며 인준에 반대해 왔다. 고서치가 지난해 별세한 안토닌 스칼리아 전 연방대법관의 자리를 이어받으면 연방대법원의 보수-진보 구도는 다시 5 대 4가 된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핵 옵션이 트럼프가 앞으로 고령의 연방대법관들 후임을 정할 때 연방대법원을 보수 쪽으로 확 기울게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정치·사회에 큰 영향력을 지닌 연방대법관은 종신제라서 트럼프의 ‘알박기’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일반 법안 처리에도 핵 옵션을 쓰면 토론과 합의라는 의회의 전통은 실종되고 일방주의와 가파른 대치만 남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상원의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은 당론대로 표를 던지면서도 “언젠가 우리가 한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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