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구축함 포터호에서 7일 새벽(현지시각)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 해군 누리집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화학무기로 민간인들을 살상한 데 대한 대응이다.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을 의도적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미군의 공습은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밤(현지시각)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밤, 나는 화학무기 공격이 시작된 시리아 공군기지를 군사적으로 타격하도록 명령했다. 치명적 화학무기의 사용을 중단시키는 게 미국의 핵심적 안보 이익”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4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칸샤이쿤에서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100명 이상이 숨지거나 다쳤으며, 시리아 정부군이 공격 주체로 지목됐다. 미사일 표적이 된 기지는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전투기가 발진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시리아 샤이라트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은 이날 저녁 8시40분(미국 동부시각)께 시작돼 3~4분 동안 이어졌으며, 지중해 동부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 2척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쐈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타격으로 시리아 공군기와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됐으며, 화학무기 공격 능력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시리아 정부는 “명백한 침공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리아 정부 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주권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공격으로 시리아 공군기 9대와 관련 시설이 파괴됐지만 활주로는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러시아의 한 방송이 현장 화면과 함께 보도했다. 시리아 관영매체는 “미사일이 공군기지 인근 마을에 떨어져 어린이 4명을 포함해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사망자들이 시리아 군인들이라고 밝혔다.
포터호가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미국 해군 누리집
미사일 공격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다음날 백악관에선 국가안보회의(NSC)가 열려 군사적 조처 논의가 시작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에 온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 전에 “결정 회의”를 열어 공격을 승인했다. 화학무기 공격 이후 72시간도 되지 않아 ‘보복 공격’이 감행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해 “선을 넘었다”며 첫 경고를 보낸 지 딱 하루 만이기도 하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내린 군사행동 명령이다.
전격적 행동은 극적 효과를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보여준 반응 속도는 극적 효과를 최대화하고, 무력 사용에 조심스러워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자신들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속전속결, 예측 불허의 트럼프식 외교·안보 전술을 선보이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샤이라트 공군기지가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돼 있다. 출처: <로시야24> 누리집
특히 이번 공격은 북한과 이란 등 다른 적대국들을 향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새 최고사령관은 언제든 행동할 준비가 돼 있으며 때로 경고 뒤 곧바로 행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중국이 북핵 문제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수도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공격 직전 시리아 문제에 대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며 북한에 대해 같은 말을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7일 미국의 행동에 ‘이해’를 표시하며 “핵무기와 화학무기의 확산·사용 위협은 시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며, 북한 등 동아시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다목적 포석의 군사행동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시리아 내전 해결 또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축출은 한두 번의 미사일 공격으로 가능하지 않다. 지상군 투입을 포함한 훨씬 더 큰 규모의 군사행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트럼프 외교노선의 예측 불가성은 러시아와 중국 등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선 러시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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