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만찬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팜비치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7일(현지시각) 오전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양국간 협력을 증대시키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미-중은 양국간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고 미국 쪽이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 머리발언을 통해 “양쪽은 북한 무기 프로그램의 위협에 대한 긴급성에 주목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또 “양쪽은 북한을 설득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불법적인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양국간 협력을 증대시키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군사적 행동은 제외하겠다는 뜻이겠지만, 제재와 협상도 모두 이 범주에 해당한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지 않으면 무역을 (레버리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시 주석에게 말했느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한테 특별한 약속을 받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해 아주 폭넓고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양쪽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두 국가의 이전의 입장들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고 밝혀, 그동안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양국간 광범위한 평가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나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팩키지 합의’같은 것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일문일답에서도 “두 정상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협력하자는 실질적인 약속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협상이나 대화를 위한 기초로서 북한의 태도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북 협상 이외의) 다른 행동들에 대해 시 주석과 중국의 생각을 기꺼이 수용한다”면서도 “그래도 중국과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대화 이외의 미-중 협력)이 중국 쪽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며 “중국 입장에서 이 사안(북핵)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것이라면 독자적인 길을 갈 것이고,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압박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를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정부의 첫 시리아 공습에 대해 ”이는 단순히 시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북한이나 이란을 염두에 둔 경고 메시지라는 풀이도 하고 있다.
무역·경제 분야와 관련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100일 계획”이라며 “이 계획의 목표는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특히 “중국 역시 통화 공급과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역수지를 축소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혀, 중국 쪽도 이른바 ‘무역 불균형 해소’에 동의했음을 강조했다.
‘100일 계획’은, 시 주석이 미국의 일자리를 살리는 것을 가장 큰 정치적 목표로 내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방미 선물’로 해석된다. 그러나 로스 장관은 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향후 일정은 소개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슈의 범위와 규모를 고려하면 ‘100일 계획’은 야심찬 계획”이라며 “그러나 대화의 속도는 대양의 변화”라고 밝혔다. 당장에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틀거리를 만드는 데 치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졌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으나, “환율 문제는 이달 나오는 정기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중국과 우리와의 관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회담 대표단이 중국의 파트너들과 1대1 회동을 했으며, 진정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또 “시 주석과 내가 구축한 관계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과 중국의 모든 회담 대표단과 함께하게 돼 정말 즐거웠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기자들에게 “우리는 최근 이 목표(관계 강화)를 위해 깊고 오랜 대화를 가졌으며, 우리의 친선을 심화하고 양국의 실제적인 관계와 친선을 유지하기 위한 모종의 신뢰를 구축하는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쪽은 이날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양쪽이 애초 기대했던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발표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 공개를 지극히 꺼려왔고 시 주석도 언론 공개엔 적극적인 편이 아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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