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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백악관 대변인이 ‘홀로코스트’를 모른다?

등록 2017-04-12 10:48수정 2017-04-12 21:45

숀 스파이서, 시리아 정부 비난하다가
“히틀러 같은 인물도 화학무기 안 써”
낸시 펠로시 민주 원내대표, 해임 요구

프랑스에선 르펜이 유대인 추방 책임 부인
“당시 권력자들 책임. 프랑스 책임 아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홀로코스트는 무식하거나 말을 함부로 뱉는 정치인들의 영원한 설화(舌禍)의 소재인 걸까?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 정권을 비난하다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잘못된 설명을 해 혼쭐이 났다.

<뉴욕타임스>는 스파이서 대변인이 11일 브리핑에서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비난하면서 “우리도 2차대전에서 화학무기를 안 썼다”, “심지어 히틀러처럼 비열한 인간도 화학무기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이 나온 순간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히틀러가 화학무기를 쓰지 않았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질문에, 말을 고쳐 히틀러의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사드처럼 자국민에게 사린가스를 쓰지는 않았다는 말”이라고 답했다. 나치가 살해한 수백만 유대인은 독일 국민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 나치는 유럽과 러시아 각지에서 유대인들을 끌어모아 살해했는데, 이 중 16만~18만명가량이 독일 출신이다. 나치는 유대인뿐 아니라 독일 안팎의 집시, 장애인, 정치적 반대자들을 독가스로 살해했다.

브리핑을 마치고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자 그는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구 밀집 지역에 비행기를 이용해 화학무기를 떨어뜨리는 행위와 (나치의 행위를) 구분하려고 했다.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저녁 <시엔엔>(CNN)에 출연해서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부적절하고 둔감한 언급을 했다”, “사과한다. 실수였다”고 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파이서 대변인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은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대변인은 짬을 내서 (백악관에서) 몇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홀로코스트기념관에 가보라”고 충고했다.

1942년 7월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파리 경륜장에 집단 구금된 유대인들.
1942년 7월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파리 경륜장에 집단 구금된 유대인들.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이 2차대전 중 유대인 추방에 대한 프랑스의 책임을 부인해 국제적으로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르펜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대인 추방을 상징하는 ‘벨디브 사건’에 대해 “프랑스는 사건에 책임이 없다”,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시 권력을 쥔 이들이며, 프랑스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1942년 7월 독일에 협력하는 프랑스 비시정부가 유대인 1만3천여명을 체포해 경륜장에 억류한 것을 말한다. 이들은 이송 도중 사망하거나 아우슈비츠 독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았다.

대전 이후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 정부 쪽은 책임을 회피했다. 괴뢰정부인 비시정부가 한 일이지 ‘진짜 프랑스’의 행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독일의 침공 이후 들어선 비시정부의 경찰 조직 등은 3공화국 정부를 사실상 승계한 것인 데다, 당시 프랑스 관료들이 유대인 체포·추방에 열의를 보인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마침내 1995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이 “프랑스 안에서 프랑스가 저지른 범죄”라고 발언한 이후 프랑스 정부는 책임을 인정해 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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