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군인과 경찰에 맞서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에서 19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이에 맞서 정부 지지자들의 맞불 집회도 열리면서 양쪽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날 시위 중 3명이 숨져, 이달 들어서만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정부 시위대는 20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베네수엘라의 우파 야권연대인 민주연합회의(MUD) 지지자 수만명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산크리스토발 등 주요 도시에서 ‘모든 행진의 어머니’라는 시위를 벌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생필품 부족과 물가상승 등 경제난을 야기하고 독재를 하고 있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또 조기 총선·대선,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도로 표지판 등을 뜯어내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뒤 화염병과 돌을 던졌고, 군대와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가디언>은 밤늦은 시각까지 수천명이 부촌인 카라카스 동부의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고, 인근 빌딩의 주민들은 냄비와 팬을 두들기며 호응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현지 분위기를 전하면서, 예전에 사회주의자였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성직자들도 일부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700%로 전망한 바 있다.
카라카스에선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18)이 친정부 시위자가 쏜 총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콜롬비아와의 국경 도시 산크리스토발에서도 남자친구와 함께 시위를 마치고 돌아가던 대학생(23)이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카라카스 외곽에서 군인 1명도 총격에 숨졌다. 이날 사망자들을 포함해 이달 들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이는 모두 8명이다.
카라카스 중심가에서는 정부 지지자 수천명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은 채 쿠데타 시도를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8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미국 정부, 미 국무부가 쿠데타를 승인하는 청신호를 보냈다”며 야당이 미국의 사주를 받아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달 대법원이 의회를 해산시키고 입법권을 대신 행사하겠다는 판결을 내렸다가 취소하고, 정부가 야당 지도자의 선거 출마 금지 조처를 한 뒤 반정부 시위가 격화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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