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해에서 열린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에서 한국 해군의 왕건함과 미 해군 웨인마이어함이 전술기동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북한 인민군 창설 85주년인 25일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는 없었지만, 이날부터 서해와 동해에서 잇따라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 복귀’까지 제재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저강도 긴장’ 국면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25일 “한반도로 이동 중인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곧 동해로 진입할 것”이라며 “이번 주말 우리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빈슨함은 26~27일께 동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칼빈슨함을 동해에만 머물도록 조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지스 구축함 웨인마이어함도 우리 해군 구축함 왕건함(4400t급)과 25일 서해에서 함포 실사격 훈련 등을 했다. 양국 해군은 서해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미사일 탐지·추적·요격훈련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함도 이날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해군사령부는 “정기적인 방문으로 주기적으로 계획된 서태평양 전개 일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장욱 해군 공보팀장은 브리핑을 통해 “승조원 휴식, 군수 적재차 입항한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훈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일 양국 정부는 칼빈슨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의 공동훈련을 동해에서도 실시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방위성 간부는 동해에서 미 항공모함과 일본 자위대와의 공동훈련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주변국 반발을 고려해 현재까지 실시되지 않았다”고 신문에 말했다. 하지만 한국 쪽 군 소식통은 “동해상 우리 작전구역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 해군은 지나가는 인근 연안국들과 통상적으로 훈련을 해온다”고 밝혀, 일본 언론이 부풀리기 했을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그는 24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적이고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북한이 앞으로 핵실험 등 긴장고조 행위를 할 경우 중·러의 협조를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 조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은 북한의 급속한 핵 기술 발전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이 6~7주에 한 개씩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가들의 연구와 기밀정보 보고를 종합해 얻었다며, 상황 변화가 없다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파키스탄이 보유한 핵무기의 절반가량인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미국·일본 6자회담 수석 대표들도 25일 일본 도쿄에서 한 회의에서 북한이 추가 긴장행위를 하면 ‘감내할 수 없는 징벌적 조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국 쪽 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밝혔다. 김홍균 본부장은 ‘강력한 징벌적 조처’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대북제재 압박으로 이용해온 유엔 안보리 결의, 독자제재, 국제사회 대북제재 압박 등 3가지 축에 대해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미국 쪽 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우리들은 (북한)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로 남아 있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며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외교, 군사, 경제 면에서 북한에 대해 취할 조처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중국 쪽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25일 일본을 방문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은 현재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도쿄 베이징/이용인 조기원 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기자
yyi@hani.co.kr
25일 서해에서 열린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에서 한국 해군의 왕건함과 미 해군 웨인마이어함이 전술기동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