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뒤 연방수사국을 이끌고 있는 앤드루 맥카베 연방수사국 국장 대행이 11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청문회에 나와 증언하고 있다. 맥카베 대행은 백악관의 설명과 달리 코미 국장이 연방수사국 직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경질에 수사국 직원들과 주정부 법무장관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사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해명 과정에서 기존 백악관의 설명과는 다른 말을 해 되레 논란만 키우고 있다.
앤드루 맥카베 연방수사국 국장 대행은 11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나는 코미 국장을 절대적으로 존경한다”며 “코미 국장은 (조직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오늘 이 순간까지도 여전히 그렇다”고 밝혔다. 이는 백악관이 코미 국장에 대한 해임 사유로 꼽은 ‘직원들의 불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수사국 다른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연방수사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국장 해임에 대해 ‘분노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한 직원은 <워싱턴 포스트>에 “코미 해임과 뒤이은 백악관의 발언들은 우리에 대한 잊혀질 수 없는 공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다수 연방수사국 직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응하는 결연한 시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방수사국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타격을 줄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연방수사국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수사국 직원들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더욱 강화하거나 언론과 의회에 관련 의혹들을 유출시키기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견했다. 이는 가뜩이나 지지율이 바닥권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회 전문지 <더 힐>은 미국 20개주 법무장관들이 로드 로즌스타인 연방 법무부 부장관에게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특별검사 임명 요구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이 주도한 연명 서한에서 주 법무장관들은 “코미 국장 해임은 공공의 신뢰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완전한 권한과 자원을 가진” 특별검사를 즉시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 특별검사 임명이 당장 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에 이어 법조계의 조직적인 반발은 ‘반 트럼프’ 여론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방송에 출연해 해명에 나섰으나, 발걸음이 꼬이고 있다. 그는 이날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 재직 시에 1차례 만찬과 2차례 전화통화를 했다며, 당시 “‘내가 수사를 받고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코미가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코미가 연방수사국 수장으로 남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코미 국장 해임이 자신에 대한 의혹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이는 대통령이라도 수사와 관련된 사안은 대화해서는 안 된다는 연방수사국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코미는 ‘순회공연선’(주의를 끌려는 사람)이고, ‘그랜드스탠더’(박수갈채를 노리고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연기자나 선수)”라고 비난하며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해임 건의와 상관없이 코미 국장을 해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해임 건의 메모를 받은 뒤 해임을 결정했다는 백악관의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로즌스타인 부장관도, 백악관의 책임 떠넘기기에 반발해 사퇴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코미 축출’에 가담했던 세력들 안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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