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한 중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 데이비드 랭크.
중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에 항의해 사임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뉴스>는 데이비드 랭크 중국 주재 대리대사가 대사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이임사에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을 이유로 꼽으면서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그의 사임 사실만 확인해줬다. 랭크 대리대사는 최근 의회에서 인준을 받은 테리 브랜스태드 전 아이오와 주지사가 부임할 때까지 대리대사 역할을 하게 돼 있었다.
1990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해온 랭크는 중국어·프랑스어·그리스어·다리어(아프가니스탄 타지크족 언어)를 할 줄 아는 유능한 외교관으로 평가 받는다. 아프가니스탄 쪽 일을 주로 맡았고, 지난해 1월 베이징의 미국대사관 부대사로 부임했다. 그의 사임은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파리협정 공동 비준 실무를 맡은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항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항저우 정상회담 직전 파리협정 비준 서류에 서명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현직 고위 외교관까지 반기를 들게 만든 파리협정 탈퇴에 대한 ‘불복종’은 확산 일로에 있다. 유엔 도시·기후변화 특별대사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5일 연방정부의 파리협정 탈퇴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와 기업 등은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우리는 계속 따르겠다”라는 제목의 성명에는 주지사 13명, 19개 주 법무장관, 시장 200명,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서명했다. 일반 여론도 탈퇴 결정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527명을 상대로 한 <워싱턴포스트>-<에이비시>(ABC) 여론조사에서 59%가 파리협정 탈퇴에 반대했고, 찬성은 28%에 그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 테러를 놓고 트위터 글에서 “런던 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며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의 발언을 왜곡해 비난을 산 가운데, 영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대조적인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루이스 루켄스 대리대사는 5일 트위터에 “극악한 공격 이후 런던 시장이 이 도시를 이끌면서 보여준 강한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는 글을 올렸다. 칸 시장은 이날 <채널4>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우리의 지향과 전부 반대로 가는 상황에서 레드 카펫을 깔아주면 안 된다”며 10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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