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밤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이 입원해있는 병원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담당 의사와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의 야구장에서 14일(현지시각) 총격을 당한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이 긴급 수술 뒤 중태에 빠졌다. 총격을 가한 범인은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사살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극도의 반감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컬리스 의원을 수술한 메드스타 워싱턴병원은 “스컬리스 의원이 왼쪽 엉덩이에 한 발의 총상을 입었다”면서 “탄환이 골반을 관통하면서 뼈가 골절되고 장기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병원은 “스컬리스 의원은 긴급 수술을 받았고, 추가적 수술이 필요하다”며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스컬리스를 비롯해 공화당 의원 20여명은 15일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 간의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야구 시합을 앞두고 야구장에서 연습을 하다가 총격을 받았다.
야구장에 함께 있던 랜드 폴 상원의원은 “배팅 연습을 하다가 총성을 들었다”며 “50~60발 정도는 발사된 것 같다. 야구장은 킬링필드였다”고 말했다. 특히 스컬리스 의원은 엉덩이에 총을 맞은 뒤 추가 피격을 피해 그라운드에서 피를 흘리며 외야 쪽으로 기어 도망가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범인은 3루 쪽 더그아웃 뒤에서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로비스트 매트 미카도 피격을 받아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보좌관 잭 바스는 다리 쪽에 총격을 입었으나 오후에 퇴원했다. 발목에 총상을 입은 의회 경찰 크리스탈 그리너는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범인은 일리노이주에 사는 제임스 호지킨슨(66)으로, 평소 사격을 좋아하고 지방신문 기고 등을 통해 공화당의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일리노이 남서부 중소 도시 벨빌에서 건설사업자, 주택 점검 및 감정사 등으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딸의 남자친구에게 주머니칼을 휘두르거나 총격을 가해 폭력 혐의로 처벌되기도 했다.
총격범 제임스 호지킨슨이 1992년 경찰에 체포됐을 때 찍은 사진. EPA 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는 호지킨슨 이름으로 된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럼프는 반역자. 트럼프가 우리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트럼프와 일당들을 파괴해야 할 때”라는 글도 올라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화당을 끝장내자’라는 단체의 회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공화당과 ‘슈퍼 리치’에 반감을 보였다.
호지킨슨은 지난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지난해 민주당의 샌더스 의원 대선 경선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으나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샌더스 의원은 “이런 비열한 행위에 구역질이 난다”고 비판했다.
호지킨스는 몇주 동안 야구장을 매일 방문해 사전 답사를 했으며, 당일 사건 현장에선 공화당 쪽 야구 연습인지, 민주당 쪽 연습인지 물어보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밤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흰색 꽃다발을 들고 스컬리스 의원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에서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런 시기에 잘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단합하고 공통의 선을 위해 협력할 때 가장 강력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며 화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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