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에서 시위대들이 큰 현수막을 들고 길을 건너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비무장한 흑인 운전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한인 검사에 의해 기소된 미국 경찰관이 법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네소타 주의 한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7월 세인트폴 교외 팰컨 하이츠에서 흑인 운전자 필랜도 캐스틸(사망 당시 32세)을 불심 검문하는 과정에서 총격 사살한 제로니모 야네즈(29) 경관의 2급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촉발시킨 사건 중 하나인 캐스틸 사망 사건은 학교 급식 담당관으로 일하던 캐스틸이 약혼녀 다이먼드 레이놀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미등이 꺼졌다는 이유로 교통 검문에 걸리면서 촉발됐다. 캐스틸은 야네즈 경관의 검문 요구에 따르며 자동차 보험카드를 먼저 건넨 뒤 총기 소지 사실을 밝혔다. 히스패닉계인 야네즈 경관은 '총을 꺼내지 말라'고 명령했고 캐스틸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답했으나, 긴장한 야네즈가 계속 '총에 손대지 말라'고 소리치다가 자신의 총을 꺼내 7차례나 발사해 캐스틸을 사살했다. 이 사건은 레이놀즈가 페이스북으로 현장을 생중계하면서 미 전역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 7월13일 오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동조하는 백인 시위대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를 관통하는 35번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자 출동한 경찰이 해산시키고 있다. 백인 시위대는 지난 6일 미니애폴리스 인근의 세인트앤서니에서 흑인 필랜도 캐스틸이 검문 도중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것에 항의하는 뜻에서 기습 시위에 나섰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한인 검사인 존 최(46·한국명 최정훈) 램지 카운티 검사장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결) 결과에 실망한다. 하지만 관련된 이들이 평화적으로 항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검사장은 "캐스틸의 가족과 친구들이 느낄 감정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검사장은 재판에서 "이성적인 경찰관이라면 당시 상황에서 총을 쏘지 않았을것"이라며 "순찰차 대시캠 등을 확인한 결과, 야네즈 경관의 치명적 무력 사용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야네즈 경관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수 백 명의 흑인 인권단체 회원들이 세인트폴 시 의회 의사당 앞에 집결해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앞서 미국에서는 비무장 흑인을 사살한 경관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교통위반 단속 도중 달아나는 비무장 흑인을 등 뒤에서 총격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백인 경찰관 마이클 슬레이저(35)는 지난달 연방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경관 2명에 대해서는 미 법무부가 최근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