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협약 회의에 참가한 뒤 귀국하려던 북한 대표단의 외교행낭을 ‘미국 측이 강탈했다’고 비난하면서, 이 문제가 북-미 간에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우리 대표단이 뉴욕 케네디 비행장에서 미국의 불법 무도한 도발 행위로 말미암아 외교신서물(외교행낭)을 강탈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잘 아는 소식통은 “북한 대표단이 지난 16일 오후 4시께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 탑승 수속을 밟는 도중 미 국토안보부 직원들이 탑승게이트 바로 앞에서 현금이 개인당 1만달러 이상일 경우 미국 법에 따라 세관에 신고를 해야 한다며 탑승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북 대표단이 세관에 신고할 만큼의 현금이 없다고 하자 국토부 직원들은 ‘외교행낭’을 보자고 요구했으며, 북쪽 대표단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양쪽의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국토부 직원들이 20명으로 불어났으며, 몸싸움 과정에서 국토부 직원이 북한 대표단의 외교행낭을 빼앗아 사라졌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탑승구 앞에 국토부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달려들었다며 “이번 도발 행위가 사전에 짜놓은 각본에 따라 감행되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이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북한 대표단은 베이징행 탑승을 취소하고 미국 정부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보장, ‘외교행낭 탈취범’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빈협약은 재외공관 주재국 정부나 제3국은 소유국 동의없이는 외교행낭 안의 내용물을 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데이비드 라판 미 국토부 대변인은 “국무부에 따르면 북쪽 관계자들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공인된 멤버(외교관)가 아니어서 외교적 불가침특권이 없다. 문제가 되고 있는 패키지(짐)도 검색에서 외교적 특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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