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의 사망은 “완전히 치욕스런 일”이라며 “이런 일은 절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토 웜비어(22)의 사망 등을 계기로 ‘중국의 협조를 통한 대북 압박’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오전 트위터를 통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이 도와주력고 한 노력을 정말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적어도 나는 중국이 노력했다는 것은 안다”고 밝혔다.
웜비어 사망 다음날이자 미-중 외교안보 대화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알듯 말듯한 트위터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대한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21일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앞두고 중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초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엔 “(중국이)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분명한 압박성 발언을 했지만, 그 이후엔 ‘중국이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는 취지로 중국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도 항상 함께 밝혀왔다. 따라서 이를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만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의도가 어떠하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역할에 대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한다면 대북 정책이 전환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도 최근 백악관 내부에서 중국 역할론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물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중국 역할론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20일 “중국도 북한 비핵화를 지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따른 북한 압박을 통해 북한의 계산을 바꾸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미·중 양국은 이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협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와 관련해 “더 멀어지고 있다”고 밝힌 점에 비춰 보면, 미국 정부가 북-미 간 협상을 촉진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돼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것과 관련해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들에 의해 저질러진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발언한 것에 주목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 고위 관료는 20일 <워싱턴 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 아니라며, 북한뿐 아니라 이란 등 해외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한이 억류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북한이 억류중인 미국인들을 인질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논리로 석방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웜비어의 송환 때처럼 북한과의 물밑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비공개이긴 하지만 22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웜비어의 송환에 깊이 관여한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상대로 긴급 청문회를 열기로 한 데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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