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러시아 이어준 미스유니버스 뮤직비디오

러 유력 기업가 가문 출신 가수 에민 아갈라로프가 회동 주선
2013년 트럼프 주최 ‘미스유니버스’ 출연자 섭외 계기로
트럼프-아갈라로프 가문 인연…러시아 시장 진출 꿈 ‘청신호’
아갈라로프, 2013년 푸틴-트럼프 만남 주선도 시도

러시아 부동산 거물의 아들 에민 아갈라로프의 2013년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당신 해고야!”를 외치는 트럼프. 유튜브 갈무리

“당신 해고야!”

2013년 성공한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한 러시아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자신을 삼척동자도 아는 유명인으로 만들어 준 리얼리티쇼의 대사를 외쳤다. 이 뮤직비디오와 트럼프가 운영한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가 최근 ‘러시아 게이트’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변호사를 이어 준 계기가 됐다.

10일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은 2016년 6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폴 매너포트 당시 선거대책본부장과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 러시아 가수 에민 아갈라로프라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에민의 홍보담당자 롭 골드스톤이 자신이 아갈라로프를 도와 이 회동을 조율했음을 시인했다고 썼다.

2013년 트럼프와 함께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에민 아갈라로프. 유튜브 갈무리

아갈라로프와 트럼프 일가의 관계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부터 러시아 부동산시장에 진출하려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트럼프는 이때 엉뚱한 계기로 러시아의 부동산 업계 거물 아라스 아갈라로프와 인연을 맺게 된다. 아라스 아갈라로프의 아들 에민이 트럼프가 지분을 가지고 주최하는 ‘미스 유니버스’의 2012년 우승자 올리비아 컬포를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섭외하고 싶다고 연락해온 것이다.

아라스 아갈라로프는 여러 건의 정부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다. <워싱턴 포스트>는 “정부 프로젝트 수주는 아갈라로프와 푸틴 정부의 긴밀함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푸틴이 아갈라로프에게 훈장을 수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뮤직비디오를 계기로 그해 러시아를 방문해 아갈라로프 일가를 만났다. 이 만남에서 트럼프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3년 미스 유니버스의 후원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모스크바에 트럼프타워를 건설하려는 오랜 숙원에 대해서도 아갈라로프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에민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진절머리가 나! 당신 해고야!”를 외치며 열연하기도 했다. 아라스 아갈라로프의 주선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나기로 했지만 마지막에 푸틴의 일정이 틀어지며 만나지는 못했다. 다만 푸틴은 이때 아라스를 통해 트럼프에게 선물을 전달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해 트럼프가 30년간 러시아시장에 진출하려 시도한 점과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사업과 정치적 의제가 함께 간다는 것은 2013년 모스크바 여행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거래 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효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