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가 11일 모스크바에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스캔들의 새 핵심 인물로 부각된 가운데 그와 러시아 정부를 잇는 고리로 추정되는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42)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베셀니츠카야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 적극적 반대 활동을 펼쳐온 인물로, 러시아 정부와의 연관성에 대해 의심을 받아왔다.
12일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을 보면, 베셀니츠카야는 1998년 모스크바 법률아카데미를 졸업하며 법조인 경력을 시작했다. 졸업 뒤 3년간 검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그 뒤 독립해 일하다 2003년에는 기업 및 재산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그는 당시 큰 국영기업 및 부동산, 금융 업계의 고객을 확보했고 300건 이상의 소송을 승소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베셀니츠카야의 가장 중요한 고객들 중 하나는 모스크바 지역 교통장관을 지낸 표트르 카치브 일가다. 카치브는 현재 국영 철도회사인 러시아철도의 부회장이다. 베셀니츠카야와 여러 번 법정 다툼을 벌인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카치브가 “러시아 정부와 공식적 관계는 없지만, 실제로는 정부와 연관된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베셀니츠카야는 표트르의 아들 데니스의 돈세탁 사건도 맡는 등 카치브 일가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베셀니츠카야는 미국 내에서 ‘마그니츠키법’에 대해 공개적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법은 러시아 정부 고위직의 부패를 폭로한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가 2009년 옥중에서 폭행 등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미국이 이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미국 입국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러시아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이 법이 2012년에 통과된 데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아동의 미국 입양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베셀니츠카야는 마그니츠키법을 반대하는 다큐멘터리 상영에 관여할 정도로 열성적인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러시아 정부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베셀니츠카야는 러시아 정부와 어떤 연관도 없으며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렘린도 베셀니츠카야를 모른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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