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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억압받는 이들 위해 싸우겠다”…시리아에서 쓰러진 오큐파이운동 상징

등록 2017-07-13 15:31수정 2017-07-13 15:43

오큐파이운동의 상징 로버트 그로트
시리아 락까에서 IS와 싸우다 전사
“억압받는 이들 위해 평생 싸워”
쿠르드족 인민수호대가 공개한 동영상 속의 로버트 그로트.
쿠르드족 인민수호대가 공개한 동영상 속의 로버트 그로트.
로버트 그로트(28)는 2011년 금융산업의 폭주와 불평등 확대에 항의하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오큐파이운동)가 만들어낸 명사들 중 한 명이다. 의료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그는 경찰이 쏜 최루액을 뒤집어쓴 여성 케일리 데드릭을 구조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때문에 유명해졌다. 그때 눈이 맞은 둘은 이듬해 아이를 낳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오큐파이운동 참가자들이 텐트를 친 뉴욕 주코티공원에서 잉태된 아이에게는 ‘오큐 베이비’라는 별명이 붙었다.

6년 뒤 그로트는 부고 기사로 다시 이름을 알렸다. 미국 언론들은 그로트가 지난 6일 시리아 락까 교외에서 전사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호대(YPG)에 가담한 그는 이슬람국가(IS)의 거점인 락까 탈환 작전에 참가했다가 매복에 걸려 삶을 마감했다. 인민수호대는 영국인 루크 루터(22)도 같은 날 전사했으며, 미군 출신으로 인민수호대에 합류한 니컬러스 워든(29)도 앞서 전상을 입고 치료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최근 양대 거점 중 하나인 이라크 모술을 상실한 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이 수도로 선포한 락까에서 치열한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오큐파이운동 의료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을 때의 로버트 그로트.
오큐파이운동 의료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을 때의 로버트 그로트.
그로트는 독립 국가를 갖지 못한 채 탄압을 받아온 쿠르드족을 돕고 이슬람국가를 격퇴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지난해 시리아로 갔다. 앞서 쿠르드족 민병대에 가담한 친구들을 따라갔다고 한다. 인민수호대가 최근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그는 “인민수호대에 합류한 것은 자유를 얻으려는 쿠르드족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로트의 어머니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아들은 평생 고귀한 목적을 추구한 사람이라며, 뉴욕 오큐파이운동에 참여할 때는 캘리포니아의 산타크루즈에서 뉴욕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 타고 갔다고 전했다. 그로트는 오큐파이운동 때 아내와의 만남에 대해 “관계를 강화하는 데 (최루액 같은) 화학 성분만한 것이 없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친척인 엘리자베스 클라크는 페이스북으로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면서 “그로트는 억압당하는 이들을 도우려고 거기에 갔으며, 바로 그게 그로트가 일생 동안 열정을 보인 일”이라고 했다.

로버트 그로트의 가족.
로버트 그로트의 가족.
그로트는 시리아에서 가족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최근에는 락까 탈환 작전이 가열되면서 뜸한 상황이었다. 그는 최근 올린 동영상에서 가족들에게 “당신들 모두를 사랑한다는 점을 알아달라.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많다”고 말했다. 어린 딸에게는 “딸아,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라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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