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달러 자금줄 죄는 강력한 내용들 포함
한·미, 연간 북한 수출 10억달러 감소 추산
“핵·미사일 고도화 속도 못 따라가” 분석도
한·미, 연간 북한 수출 10억달러 감소 추산
“핵·미사일 고도화 속도 못 따라가” 분석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5일(현지시각)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의 대외 교역에 따른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조처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제재만으로는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대북 제재 결의에는 북한의 석탄과 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의 석탄·갈탄 등 광물성 고형 연료 수출액은 약 11억9천만달러로 전체 수출(28억2천만달러)에서의 비중이 42%에 이른다.
다만 지난해 11월 대북 제재 결의 2321호에서 석탄 수출을 2015년 대비 38%까지 줄이기로 했으므로, 올해 들어서는 비중이 낮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제3국산 석탄을 북한 나진항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에는 제재 적용을 제외하는 기존 규정을 이번 결의에도 포함시켰다. 나진항을 통한 러시아의 제3국으로서의 석탄 수출을 염두에 둔 조처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지난해 철광석 수출은 7400만달러어치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귀금속류나 동, 니켈 등 비철금속도 수출액은 미미한 편이다. 석탄 수입 차단이 이번 결의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석탄·철광석·비철금속을 제외하면, 이번 결의에 처음으로 포함된 수산물 수출 제재의 비중이 커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억9500만달러가량의 어류·갑각류를 수출해, 전년 대비 75%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민군 수산사업소를 잇달아 시찰하는 등 수산업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다만 이번 결의에서 이미 계약된 품목에 대해서는 안보리 결의 채택 시점부터 최장 30일까지는 수출을 허용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5%(약 7억2천만달러)를 차지한 북한의 2위 수출 품목인 의류는 건드리지 않았다. 의류 수출은 중국의 하청을 받아 북한에서 임가공해 수출하는 구조다.
유엔 안보리 쪽은 이번 수출 금지 조처로 북한의 연간 수출액의 3분의 1가량인 10억달러(1조1260억원)의 자금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매우 큰 재정적 충격”을 줄 것이라며, “북한에 10억달러 손실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번 결의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노동자의 신규 고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기존 결의 2321호에서는 북한이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이었다. 북한은 현재 40여개국에 5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조처는 안보리가 결의를 채택한 바로 그 시점에 고용돼 있는 노동자의 총 인원수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종의 총량 제한제”라며 “총 인원에서 결원이 생기면 추가로 신규 고용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는 북한과 새로운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기존 합작회사에 신규 투자를 하는 것도 금지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지정한 안보리 결의 위반 선박은 유엔 회원국의 항구에 입항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번 결의에서 북한의 최근 아이시비엠 시험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주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한 점도 눈에 띈다. 북한이 시험 발사한 것을 중거리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러시아 쪽의 반발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가 북한의 미래 수입 상당 부분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해도, 북한이 이미 축적한 자본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박 케네디 행정대학원 코리아실무그룹 소장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북한은 이미 2009년부터 석탄 수출로 수십억달러의 현금을 비축해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몇년이 아니라, 꽤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재를 가할수록 북한의 제재 회피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고 존 박 소장은 덧붙였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북한 체제의 내구성과 현금 비축량 등을 고려할 때 제재 효과의 속도가 핵·미사일 프로그램 능력 고도화를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속도의 격차’가 발생한다. 대북 협상을 통해 핵 및 미사일 시험의 중단을 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노지원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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