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트랩 위쪽)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진에 명품 목록을 나열한 루이스 린턴의 사진(왼쪽)과 비난에 대해 올린 글. 출처:뉴욕 타임스
그러잖아도 돈 많은 줄 세상이 다 아는 스티븐 므누신 장관의 부인이 소셜미디어에서 노골적으로 명품과 돈 자랑을 했다가 비난 세례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므누신 장관의 부인 루이스 린턴(36)이 인스타그램에 몸을 ‘도배’한 명품 목록을 올리고, 이를 놓고 시민과 언쟁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린턴은 남편과 함께 켄터키주에 도착해 관용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21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훌륭한 여행”, “좋은 사람들”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어 롤랑뮤레 바지, 톰포드 선글라스, 에르메스 스카프, 발렌티노 록스터드 힐 등 자신이 걸친 명품 목록을 쭉 적었다.
이를 본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민 제니 밀러(45)는 세금으로 그런 여행을 하니 좋겠다며 비꼬는 댓글을 올렸다.
린턴은 발끈해서 “당신은 나와 내 남편보다 경제에 더 기여하고 있냐”, “이번 ‘여행’을 위해 당신보다 우리가 더 많은 세금을 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못됐다”, “이런 코멘트를 단다고 인생이 더 낫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서 새로 나온 ‘왕좌의 게임’이나 보며 열을 식혀라”라며 비꼬는 태도를 이어갔다.
린턴한테 욕을 먹은 밀러는 <뉴욕 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빈곤율이 높은 켄터키에 가서 왜 명품 자랑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켄터키주의 빈곤율(18.5%)은 미국 50개 주들 중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높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백악관 윤리 담당 수석 법률고문을 지낸 노먼 아이젠은 린턴은 “우리 시대의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했다.
<타임>은 린턴이 자랑한 명품 4종의 값을 합치면 최대 4600달러(약 520만원) 정도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린턴이 브랜드를 공개하지 않은 가방은 넣지 않은 계산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영화배우인 린턴은 지난 6월 18살 연상인 므누신 장관과 결혼했다. 린턴은 두 번째, 므누신 장관은 세 번째 결혼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경영자 출신인 므누신 장관은 3억달러(약 34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턴은 파문이 커지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또 “적절하지 못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포스트에 대해 사과한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백악관은 린턴이 명품 브랜드로부터 대가를 받고 글을 올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린턴한테 관용기 이용 비용을 징수하겠다고 했다. 당시 므누신 장관 부부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오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켄터키주에 갔는데, 재무부는 국내 출장에는 민항기를 타고다니는 재무장관이 왜 관용기를 이용했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린턴의 필화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8살 때 아프리카의 잠비아에서 6개월간 산 경험을 담은 자서전을 냈다가 비난과 왜곡 논란에 출간을 취소했다. 그는 자서전에 “앞니가 벌어진 채 웃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어린이들의 최대의 기쁨은 내 무릎에 앉아 코카콜라 한 병을 마시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범죄가 만연한 야만적인 나라에서 마르고 부유한 백인 여성으로서 큰 고초를 겪은 것처럼 묘사했으나, 잠비아 정부는 아프리카와 잠비아에 대한 판에 박힌 사실 왜곡으로 가득 찬 내용이라고 항의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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