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집트 외무장관과의 회동을 취소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3일, 사메드 쇼쿠리 이집트 외무장관이 중동을 순방중인 쿠슈너 선임고문과의 이날 회동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애초 이날 오후 쇼쿠리 장관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협상을 진척시키겠다며 중동 순방에 나서 이날 이집트에 도착했다. 국제 협상 특사 제이슨 그린블랫, 디나 파월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동행하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이 이집트 정부의 비정부기구 탄압, 이슬람 쪽에 의한 기독교 박해 등 인권 문제를 이유로 1억달러(약 1조1320억원) 규모의 군사·경제 원조를 삭감한 데 따른 반발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또 약 2억달러가량의 원조 집행을 보류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런 결정에 대해 “지난 수십년간 두 나라를 이어준 전략적 관계에 대한 판단 착오이며, 이집트의 안정과 성공을 지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조처”라며 유감을 표했다.
백악관 고위직이자 미국 대통령의 특사 성격을 띠고 있으며, 그의 사위이기도 한 인사를 중동의 동맹국이 이처럼 박대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이집트의 불만이 크다는 점과 미국에 위신 하락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쪽은 역시 이날 오후로 예정된 쿠슈너 선임고문과의 접견 약속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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