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피비에스> 뉴스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핀란드가 미제 전투기를 살 것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가 핀란드 대통령이 단호히 반박하면서 웃음거리가 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해프닝은 지난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졌다. 핀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관한 질의-응답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어깨를 으쓱이며 “지금 핀란드가 우리의 위대한 보잉 F-18 비행기 여러 대를 구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주 위대한 비행기, 대단한 전투기다. 핀란드가 군사 장비를 구입하느라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이번 건은 아주 현명한 소비”라고 치켜세웠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통역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회견이 끝난 직후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F-18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뉴스는 ‘오리’입니다.” 핀란드에서 ‘오리’는 헛소문이나 유언비어를 뜻한다. 또 기자회견장을 다시 찾아 “구매 절차는 이제 막 시작됐다”며, 어떤 기종을 택할지는 가봐야 아는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핀란드 정부가 2025년 퇴역할 보잉의 F/A-18 호넷 62대를 대신할 전투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보잉사 제품으로 결정되진 않았다. 워싱턴 주재 핀란드대사관도 이번 논란에 대해 “보잉의 F-18과 록히드마틴의 F-35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 프랑스·스웨덴·독일 등 유럽국 경쟁사 제품 등 5개가 우리의 요구 조건에 적당한 제품이지만 2021년까지 어떤 결정이 나올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낸 셈이지만,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방 분석가 로런 톰슨은 <워싱턴 포스트>에 “트럼프의 목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런 활동의 일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프리드먼 록히드마틴 대변인이 “핀란드가 F-35를 고려하는 것은 영광”이라고 성명을 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한테 맞장구를 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선수를 치는 주장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대통령 전용기 가격을 깎은 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보잉이 새 747 기종 에어포스원을 만드는 데 비용이 통제 불능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보잉은 결국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아래로 금액을 낮추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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