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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80만 비합법 이민 청년 희망 ‘다카’ 폐지 시사

등록 2017-09-05 16:40수정 2017-09-05 23:19

5일 트위터에 “의회, 일할 준비 하라-다카!” 대체 입법 주문
오바마, 2012년 ‘부모 따라온 비합법 입국 청소년 추방 유예’
80만명 ‘드리머’ 신분·학업·취업 보장…6개월 뒤 폐지될 듯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한 비합법 이민자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 이주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으로 발급받은 신분증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출처: 전국드리머연맹 누리집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한 비합법 이민자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 이주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으로 발급받은 신분증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출처: 전국드리머연맹 누리집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18살 ‘비합법’ 이민자 ‘민수 캉’(강민수)은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 이제 막 등록했다. 빵을 만들어 판 돈을 등록금에 보태며 컴퓨터 공학자가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26살 비합법 이민자 리카르도 아마야는 웨이터에서 테크롤로지 회사 직원으로 삶이 바뀌었다.

미국에서 자랐으나 미국인이 아닌 민수 캉과 리카르도 아마야의 불안한 삶을 희망으로 바꾼 건 ‘비합법 입국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다카)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비합법 이민을 온 청년들을 ‘드리머’로 부르며 행정명령을 발동해 다카를 시작했다. 16살 이전에 미국에 온 31살 미만 비합법 이민자 가운데 전과가 없고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78만7580명이 법 테두리 안에서 안정을 찾았다. 운전면허 발급, 대학 등록, 취업 허가가 가능해졌고, 이들의 취업률과 소득이 동반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오전 트위터에 “의회, 일할 준비 하라-다카!”라며 다카 폐지를 시사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 폐지를 발표하리라 전망한 바 있다. 텍사스 등 일부 주에서 이날까지 다카를 폐지하지 않으면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데드라인’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다카를 “(비합법 이민자에 대한) 불법 사면”이라고 규정하고 폐지를 공언한 바 있지만, 행정부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텍사스주 소송을 방어하지 않겠다”며 폐지를 부추기는 반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청년 세대가 걸린 민감한 이슈인 만큼 유예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폐지할테니 의회가 법안을 마련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행정명령으로 다카를 발동한 건 “(오바마) 대통령의 월권”이었다며 폐지 방침을 지지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미국 말고 다른 나라를 모르는” 드리머들을 위해 의회 차원의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드리머들한테 합법적 지위를 주기 위한 초당적인 법안은 2001년부터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구나 공화당과 민주당은 올가을 부채 상한선 인상과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 철폐 등을 놓고 첨예한 대치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의회가 드리머들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바마 흔적 지우기’가 80만 비합법 이민 청년들의 희망마저 지우게 될 상황에서, 재계와 교육계는 물론 종교계까지 나서 트럼프를 향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이민개혁단체 ‘포워드닷유에스’(FWD.us)가 다카 폐기 반대 청원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페이스북·베스트바이·에이티앤티(AT&T)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서명자 명단에 포함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애플 직장 동료 가운데 250여명이 드리머 제도를 통해 체류하면서 입사한 이들”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가치에 기반해 이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며 이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800개 대학 총장과 교육당국자들을 대표하는 미교육위원회 테드 미첼 위원장은 “일하고 군복무 하고 대학에 출석해 미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할”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을 폐기하려 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복음주의위원회 자문 역할을 맡아온 젠슨 프랭클린 목사도 지난 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예배를 올리며 연민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포스트>를 보면, 프랭클린 목사는 트럼프의 자녀 사랑을 언급한 뒤 “이런 아이들(드리머)에게도 그런 마음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미국의 전국드리머연맹(UWD) 회원들이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온 비합법 이민자를 뜻하는 ‘드리머’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출처: 전국드리머연맹 누리집
미국의 전국드리머연맹(UWD) 회원들이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온 비합법 이민자를 뜻하는 ‘드리머’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출처: 전국드리머연맹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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