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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혼자만 뜨거웠던 트럼프의 첫 유엔 연설…청중은 차가운 침묵

등록 2017-09-20 16:51수정 2017-09-20 21:46

유엔총회 첫 연설 “미국 우선주의” 공언
“다른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 지키겠다”
‘주권’·‘주권적’ 표현 21차례 사용
전임들 연설 전통 파괴…“글로벌 트럼피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19일 유엔총회장에서 150여개국 대표들 앞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에 온 걸 환영한다. 미국인들을 대표해 세계인들을 상대로 연설하기 위해 내 고향에서 이런 자리에 선 게 매우 영광스럽다”는 인사부터 건넸다. 시작은 부드러웠으나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같은 “불량 국가들”이 언급되면서 험한 단어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뉴욕 타임스>는 41분간의 열정적 연설에도 불구하고 청중 사이에서는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연설을 두고 미국 주요 언론들은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일방주의’ 선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북한에 대한 “완전한 파괴” 같은 군사전략적 발언 외에도 시종일관 미국의 이익을 무엇보다 앞세우겠다는 입장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외교 월드컵’이라는 유엔총회 무대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자국 입장을 선전하지만, 적어도 미국 등 ‘주요국’ 대표들은 항구적 평화와 국제 협력이라는 대의의 틀 안에서 조율된 연설을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애용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꺼냈다. 그는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당신들의 지도자들이 자국에 대해 하는 것처럼, 언제나 미국을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첫째 임무는 자국 시민들 요구에 봉사하고 그들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들의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권’(sovereignty)과 ‘주권적’(sovereign)이라는 단어를 21차례 썼다. 유엔 무대에서 이런 표현은 인권 문제 등에 비판을 받는 국가가 간섭을 배격한다는 뜻으로 주로 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 평화, 인권을 위해 함께 싸우자는 말을 빠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다른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지킬 것”,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결과에 의해 인도될 것”이라며 자신이 추구하는 국제 공조의 성격과 한계를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돈 문제도 꺼냈다. 그는 “미국이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는 일방적 거래를 더 이상 않겠다”며,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자유화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대선 전부터 유엔을 무능력한 조직이라고 비난했던 그는 분담금 문제도 거론했다. “193개 회원국들 중 하나인 미국이 전체 예산의 22%를 지급한다”며 “미국은 불공정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지만, (유엔이) 특히 평화를 비롯한 공식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국제적 협조를 강조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비되는 연설 내용은 이번 총회에서 제시된 다른 지도자들의 인식과도 거리가 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에서 “강력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상대를) 악마화하고 분열시키는 이들에 의해 국가들 간 신뢰가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늘날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 더 다자주의가 필요하다”고 연설했다. 그는 “지구는 우리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글로벌 트럼피즘’이라고 정의했다. 대선 캠페인과 트위터 메시지를 종합한 듯한 내용이 ‘내수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너무 오랫동안 거대한 다자 무역협정, 무책임한 국제 위원회, 강력한 세계적 관료조직이 성공을 촉진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일자리 수백만개와 공장 수천 곳이 사라졌다”고 했다. 연설 초반에는 “지난해 11월8일 대선 이후 미국은 잘해오고 있다. 주식시장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고 실업률은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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