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 근교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러 가고 있다. 앤드류 공군기지/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법) 폐지 법안이 26일 또다시 상원에서 사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이 민 앨라배마주 선거구의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경선에서 떨어지면서 연패한 꼴이 돼, 내치에서 더욱 사면초가로 몰리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52명 중 존 매케인, 랜드 폴, 수전 콜린스가 반대 의사를 밝혀 의결 정족수 미달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건강보험체계 개혁을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상원에서 부결과 절충 실패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한테 목표는 더 멀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이 법안은 “완전히 죽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의회조사국은 새 법안이 10년간 1조달러(약 1139조2천억원)의 메디케어(저소득층 의료보장) 지출을 삭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백만명한테 의료 혜택을 박탈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사장됐다는 소식에 “소위 공화당원이라는 어떤 사람들한테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화당을 채근하며 매코널 원내대표를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한테 나쁜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앨라배마 선거구의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는 로이 무어 전 주대법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루서 스트레인지 현 의원을 9.2%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대통령이 특정 후보 지원 유세에 잘 나서지 않는 전통을 깨고 스트레인지 의원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백악관이 미는 현직 상원의원이 경선에서 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스트레인지 의원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경선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 장악력에 대한 의문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뉴욕 타임스>는 척 로젠버그 마약단속국(DEA) 국장대행이 주말에 사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 용의자들을 “너무 살살 다루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사법당국의 독립성과 적법절차 준수 의무를 허무는 태도를 보인 것에 실망한 게 로젠버그 국장대행의 사임 결심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로젠버그 국장대행은 대통령의 지시 직후 내부 이메일에서 “우리는 공중의 신뢰를 얻고 그것을 지켜야 하며, 아주 높은 수준의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지층 결속을 위해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는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에 대한 연속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선수들의 무릎 꿇기 제스처에 대해 욕설까지 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까지 닷새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사람들이 (국가 연주 중 선수들이 무릎을 꿇어) 자신들의 나라가 경멸당하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경기 시작 전 시간을 빼놓고는 엔에프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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