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가 여배우와 직원을 상대로 수십년간 성폭력을 저질러온 사실이 밝혀졌다.
사건의 주인공은 1979년 동생 봅과 함께 영화사 미라맥스를 세워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펄프 픽션>·<잉글리시 페이션트>·<굿 윌 헌팅>·<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의 흥행작들을 제작한 하비 웨인스타인(65)이다. 그가 영화 제작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폭로하면서 할리우드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
웨인스타인은 미라맥스를 경영할 때부터 여배우들과 여직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미라맥스를 떠나 자신의 이름을 딴 제작사를 만든 뒤로도 이런 행각은 이어졌다.
여러 피해 여성들은 웨인스타인이 자신들을 호텔로 불러 마사지나 성행위를 요구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여배우 애슐리 쥬드는 20년 전 웨인스타인의 초청을 받고, 업무 협의를 위한 조찬으로 알고 호텔로 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웨인스타인은 자신을 방으로 불렀으며, 목욕가운을 걸친 그가 마사지를 해주거나 샤워 장면을 지켜봐줄 수 없냐는 제안을 했다고 했다. 웨인스타인은 2014년에는 출근한 지 불과 하루가 지난 임시직 직원에게 성적인 요구에 응해주면 고용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 이듬해에는 다른 여직원을 호텔로 불러 알몸 상태에서 마사지를 요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웨인스타인은 이런 문제로 여성들과 8건의 법률적 합의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배우, 모델, 여직원들이 합의 대상이었다.
웨인스타인은 이번 폭로에 대해 “내가 가한 상처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치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화제작사에서 무기한 휴가에 들어갔으며, 회사는 법률회사를 고용해 이번 문제를 조사하기로 했다.
할리우드 안팎에서는 스타 제작자의 상습적 일탈행위가 수십년간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지속돼온 구조에 대한 문제 의식도 제기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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