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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9m 높이 불길이 덮쳤다”…캘리포니아 산불 사망·실종 200명 육박

등록 2017-10-11 12:06수정 2017-10-11 20:39

캘리포니아 북부 대형산불 17곳으로 확대
사망 17명, 실종 180명, 2만여명 대피
건조한 여름 날씨·무성한 덤불 피해 키워
대형 항공기까지 동원했지만 진압 역부족
10일 드론으로 촬영한 산타로사의 주택가가 화재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타로사/AP 연합뉴스
10일 드론으로 촬영한 산타로사의 주택가가 화재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타로사/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카운티 주민 모린 그린넬(77)은 손녀와 영화를 보고있었다. 매캐한 냄새에 뭔가 싶어 창밖을 보니 화염이 집을 덮칠 기세로 다가왔다. 부랴부랴 보행기에 의지하는 89살 남편과 소지품 몇 가지를 챙겨 차고로 달려갔다. 그는 “차를 꺼냈을 때는 이미 집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며 아슬아슬했던 순간을 <뉴욕 타임스>에 전했다.

지난 8일 밤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확산된 산불이 캘리포니아주 북부를 휩쓸면서 집들과 농경지, 와인 생산시설이 초토화되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10일까지 큰 불길이 전날의 두 배인 17곳으로 번졌다고 전했다. 확인된 사망자가 17명에 이르고, 수백명이 다쳤다. 나파에서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지난해 결혼 75돌을 맞은 100살·98살 부부가 함께 희생됐다. 180명이 실종 상태여서 인명 피해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주택 등 건물 2000여채가 전소됐고, 2만여명이 대피했다.

10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상공도 연기가 뒤덮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10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상공도 연기가 뒤덮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피해가 심각한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에서 200㎢가 넘는 지역이 재로 변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전체 8개 카운티에서 17개의 큰 불길이 태운 지역은 460㎢에 이른다. 서울의 77%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불이 붙은 집에서는 가스통들이 잇따라 폭발해 전쟁터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소노마 카운티의 샌타로자 주민 잭 딕슨은 “집들이 먼지로 변했다”, “핵폭탄을 맞은 것 같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미처 피할 시간이 없었던 한 부부는 집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건졌다.

유명한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와 소노마밸리도 피해를 입었다. 와이너리 경영자 제임스 하더는 6~9m 높이의 ‘불의 벽’이 언덕을 내려오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밤새 탱크에 있는 물을 뿜어 시설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고 했다. 나파밸리 등은 와인 산지일 뿐 아니라 관광·휴양지로서도 인기가 높아, 상당한 경제적 피해도 예상된다.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지역. 출처: 워싱턴 포스트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지역. 출처: 워싱턴 포스트
캘리포니아 당국은 대형 항공기인 보잉747까지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산불의 규모가 워낙 커 전반적 진압이 아니라 인구 밀집 지역 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실정이다.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하늘도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불의 기세를 올려준 것은 이 지역에 부는 북풍 ‘디아블로’(악마)였다. 강풍은 이날 잦아들었지만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통상 10월은 산불이 다발하는 시기이지만 이번 화재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심각하다. 올 여름의 기록적 폭염이 캘리포니아 땅을 매우 건조하게 만든 게 주요인이다. 역설적이게도 지난 겨울에 강우량이 많았던 것도 문제다. 습윤했던 기후에 무성해진 덤불이 바싹 말라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불은 캘리포니아 북부에 집중되고 있지만, 남부에서도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 당국은 자연 조건이 피해를 키웠지만, 대부분 사람의 실수로 불이 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켄 핌럿 캘리포니아 소방청장은 산불의 95%가량은 사람이 일으킨다며, 화재가 발생하기 아주 쉬운 환경에서는 작은 불똥이 대형 화재로 번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지역을 주요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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