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외교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등 외교정책이 수정 및 변형 과정을 거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오전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 중동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고, 다른 곳에서도 진전이 있었다”며 “그러나 내가 종종 말했듯이, 엉망진창 상태를 물려받았다. 지금 그것을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키신저 전 장관은 “지금은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할 기회가 아주 큰 때”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떠나게 될 텐데, 평화와 번영,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과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선거 과정 및 당선 직후에도 공개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면담은 <뉴욕 타임스>가 지난 7월 키신저 전 장관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에게 중국의 김정은 정권 붕괴 추진과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빅딜’하라고 조언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여서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의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른바 미-중 ‘빅딜’ 가능성은 중국의 미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이 깊어지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도 그걸 추진할 만한 역량이 없어 최소한 단기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패권 쇠락을 최대한 늦추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선 미-중 간에 협력 지점을 최대한 넓히라고 조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키신저 전 장관 이외에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백악관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다양한 인사들을 접촉하며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및 틸러슨 장관과도 오찬을 함께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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