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여배우 등에 대한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서 받은 정치후원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힐러리는 11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와인스틴이 성폭력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에 “진저리나고 충격적이었다”며 “다른 사람들이나 내 전 동료들이 와인스틴의 후원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고, 나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는 “나는 매년 소득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이것도 그 일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와인스틴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정말 몰랐다. 누가 알았는지도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를 보면, 1992년부터 와인스틴이 민주당에 후원한 금액은 140만달러(약 15억8650만원)에 이른다. 와인스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1만달러(약 1130만원)를 후원했고, 힐러리 쪽에 후원한 금액은 4만6350달러(약 5250만원)에 이른다. 민주당이 와인스틴 사건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도 거액의 후원금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힐러리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도 사건이 처음으로 폭로된 지 5일이나 흐른 뒤인 지난 10일에야 비난 성명을 냈다.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왼쪽), 플로렌스 다렐(오른쪽). 레아 세이두 페이스북 갈무리, AFP 연합뉴스
10일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가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11일에는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12일에는 프랑스 여배우 플로렌스 다렐이 폭로를 이어갔다. 이미 이름을 밝히고 와인스틴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이 10명이 넘는다.
세이두는 11일 <가디언>에 한 기고에서 “모두가 하비 와인스틴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고 모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가 수십 년간 이런 짓을 저지르면서 여전히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오직 그가 엄청난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세이두는 또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자는 비단 와인스틴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업계에는 그들의 지위를 남용하는 감독들이 존재한다. 내가 처음으로 부적절한 말을 들었던 것은 20대 중반이다. 내가 매우 존경했던 감독이 내게 ‘너와 섹스하고 싶다, 너를 범하고 싶다’고 단 둘이 있을 때 말했다. 그는 그가 촬영한 모든 여배우와 잤다”며 자신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던 감독들을 비난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와인스틴이 창립하고 재직한 회사 ‘와인스틴 컴퍼니’가 적어도 2년 전부터 그의 성추행 행각을 알고 있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와인스틴이 2015년 계약을 갱신했을 때 그를 대리한 변호사가, 당시 이사회와 회사가 와인스틴이 여성 관련 문제로 3~4회 비밀리에 합의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와인스틴의 회사는 8일 그를 해고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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