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리즈 위더스푼이 16일 밤 ‘엘르 우먼 인 할리우드’ 시상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위더스푼은 이 자리에서 16살 때 감독한테 성폭행당했으며, 소속사와 제작자가 캐스팅을 빌미로 침묵을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사진 출처: 엘르 누리집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행·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할리우드의 성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오스카상 수상자이기도 한 톱스타 리즈 위더스푼(41)이 미성년자였던 25년 전 감독한테 성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할리우드의 추악한 과거’를 한 조각 더 드러냈다.
위더스푼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의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제24회 ‘엘르 우먼 인 할리우드’ 시상식에 참석해 자신이 출연한 영화 <빅 리틀 라이스>에 함께 나온 로라 던을 소개하기 전, 16살 때 겪은 성폭행 피해를 공개했다.
<엘르>가 17일 공개한 발언 전문을 보면, 위더스푼은 와인스틴 사태를 겨냥한 듯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많은 추한 진실을 기억하고 다시 겪어야 하는 할리우드 여성들에게, 전 세계 여성들에게, 많은 상황과 산업에 있는 남성들에게 정말 힘든 한 주였다”고 운을 뗐다.
위더스푼은 “지금도 매우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이 있다”며 “잘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으며, 대화도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과 정직함, 좀 더 일찍 이야기하거나 행동을 취하지 않은 죄책감 등 많은 감정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위더스푼의 주장을 보면, 그는 16살 때 성폭행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소속사와 제작자한테 ‘취업(캐스팅)’ 조건으로 침묵을 강요당했다. 그는 가해 감독이 역겨울 뿐만 아니라 소속사와 제작자한테도 분노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더구나 위더스푼이 톱스타 반열에 오르기까지 성범죄 피해는 한 번이 아니었다. “내 경력에서 이것이 독립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폭행을 경험했고, 그 일들에 대해 아주 자주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며칠 간의 모든 이야기들과 오늘 밤 용감한 여성들이 카펫 밑에 감춰놓고 말하지 말라고 강요받아온 것들을 이야기하는 걸 듣고, 나도 크게 말하고 싶어졌다. 이번주엔 내가 그동안 배우로 일하며 혼자라고 느꼈던 것보다 덜 외롭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더스푼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많은 배우 및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 중 상당수가 용감하게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며 “(피해자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치유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와인스틴의 범죄를 고발하고 성희롱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보여준 여성들을 높이 평가하며, 영화산업을 비롯해 권력 남용 문제가 심각한 모든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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