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 뉴욕에서 자신의 대통령센터가 주최한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세력들의 행태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 2명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일 뉴욕에서 자신의 대통령센터가 후원한 ‘자유의 정신’이라는 포럼에서 “편협이나 어떠한 형태의 백인우월주의도 미국적 신조에 대한 신성모독”, “편협이 더 강고해지는 것 같다”고 트럼프 지지세력의 인종주의를 비판했다. 부시의 이런 비판은 지난 8월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세력 난동과 이에 대한 트럼프의 두둔을 겨냥한 것이다.
부시는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의 정체성은 지리나 인종, ‘피와 땅’(나치 슬로건) 등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며 “이는 어떤 인종과 종교, 민족 출신이라도 완전하고 동등한 미국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말 했다.
그는 “우리는 평상적인 잔인성에 의해 타락하는 우리들의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의 공적 생활에서 협박과 편견이 국가적 어조로 되고 잔인성과 심한 편견을 허용하고 있다. 시민적 가치들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은 먼저 시민적 가치들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는 16분간의 연설 동안 트럼프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연설 내내 트럼프와 그 지지세력들의 행태들을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이 미국의 가치들과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경고등을 울린 것은 그의 말에 절박함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해석했다. 특히 부시는 퇴임 이후 정치적 언급을 삼가하며, 그의 후임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도 뉴저지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서 민주당원들에게 “우리가 분열의 정치, 공포의 정치를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라”고 촉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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