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니제르에서 숨진 군인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부인 마이시아 존슨이 23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통화 당시 남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송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니제르에서 전사한 군인의 유족과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니제르에서 무장조직의 매복에 걸려 전사한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아내 마이시아 존슨은 23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는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입대했겠지만, 그래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전화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남편의 관을 맞으러 가던 차 안에서 나눈 이 통화는 스피커폰을 통해 차 안에 들렸다. 당시 함께 차에 있던 민주당 의원 프레더리카 윌슨이 이 내용을 언론에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사자 유족에게 함부로 말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윌슨의 전언이 “조작됐다”며 잡아뗐지만, 통화 당사자인 마이시아는 방송에서 “윌슨 의원 말은 100% 맞다. 왜 우리가 그런 것을 조작한단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마이시아는 또 “트럼프가 남편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트럼프가 남편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더듬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것이 나를 가장 상처받게 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부인했다. 그는 트위터에 “나는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부인을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를 나눴으며, 그(존슨 병장)의 이름을 처음부터 주저없이 말했다”고 썼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질타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그저 마이시아 존슨에게 다시 전화해서 ‘당신을 화나게 해 미안하다’고 했으면 됐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가 슬픔에 잠긴 전사자의 아내에 대해서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시아는 정부가 남편의 죽음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군은) 남편 주검의 손가락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며 “왜 남편을 찾는 데 48시간이나 걸렸는지, 남편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니제르에서 사망한 미군 3명의 주검은 당일 발견됐지만 존슨 병장의 주검은 이틀이 지난 6일에야 발견됐다.
23일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브리핑에서 니제르에서 전사한 군인들이 “정찰 중에 50명가량의 이슬람국가(IS) 연계 무장세력의 매복 공격에 직면했고, 전투 당시 1시간 동안 지원 요청이 없었다. 인근 프랑스 병력은 지원 요청이 들어간 지 1시간이 지난 뒤에 도착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지원 요청에 관해 적절한 의사 소통이 있었는지, 존슨이 어떻게 실종됐는지 밝히는 것 등을 목표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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