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폭탄’의 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한테 대형 ‘말 폭탄’을 얻어맞았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이반이 더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몇달간 트럼프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여온 의원들 중 한 명인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애리조나)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의회 연설을 하며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8월에 낸 책 <보수의 양심>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화당을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한” 인물이라고 맞대응한 바 있다.
플레이크 의원은 “더 이상 공범이 되거나 침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8분간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난폭하고 터무니없으며, 품위 없는” 행동을 비난했다. 트럼프 시대에 “개인적 공격, 원칙과 자유 및 제도에 대한 위협, 진실과 품위에 대한 노골적 무시”가 횡행한다고 개탄했다. 또 “우리의 민주주의 이상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공화당 지도부도 비판했다.
플레이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행태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대통령, 난 이제 (그런 행위를) 그만 하라는 말을 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대통령과 시민들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은 많은 공복들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일 뿐’이라고 했다”는 훈계도 했다.
이번 연설은 ‘공범이 되기 싫다’는 등의 내용뿐 아니라 상원 연설대를 무대로 삼은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플레이크 의원은 “(상원 연설은) 아이들도 지켜본다고 한다. 그렇다. (하지만) 다음 세대가 ‘당신들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 왜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거냐”고 말했다. “우리 정치와 행정부의 질적 저하가 정상인 것처럼 여기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연설 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주 훌륭한 사람의 연설을 지켜봤다”며 플레이크 의원을 치켜세웠다. 매코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형성해온 인사들 중 하나다.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연설 전문을 뉴스 사이트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천적’이 된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의원(테네시)하고도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위대한 테네시주에서 재선될 수 없는 밥 코거 상원의원이 지금 세금 감면과 싸우겠다는 게 슬프지 않냐”는 글을 올렸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코커 의원은 연방정부 부채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의 공격 재개에 코커 의원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왜 그토록 스스로 수준을 낮추는지, 나라의 수준을 저하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관계를 파탄내고 있는 문제를 논의할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는 공화당 거물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미 가세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 출신인 그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가난한 미국인들은 징집되고, 부자들은 뼈가 자라나는 질환인 골극 진단을 받아 징집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발뒤꿈치 골극 진단을 받고 베트남전 징집을 면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매케인 의원은 16일 연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인종주의 성향을 겨냥해 “거짓된 민족주의”라고 비난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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