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언론이 자신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아이비리그 대학(미국 동부의 유명 8개 사립대)을 졸업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는 취지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을 보면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이 내가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했다는 걸 모른다. 나는 좋은 학생이었고, 굉장히 잘했다. 나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언론이 자신을 실제보다 더 품위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언론이 실제와 다른 도널드 트럼프 이미지를 창조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자신이 학벌이 높고 지능이 높다는 점을 강조해 왔고, 최근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인터뷰에서 자신을 “멍청이”로 지칭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틸러슨에 “아이큐(IQ) 대결을 하자”고 대응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68년 와튼스쿨을 졸업할 때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을 1968년 졸업했다. 경영대학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와튼스쿨에서 그는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따진 않았지만 학부 과정을 졸업했다.
다만 그가 “좋은 학생”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미 언론은 의문을 표했다. 2015년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보면 트럼프는 뉴욕 퀸스에 위치한 사립학교에 다니다가 교사를 폭행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13살에 ‘뉴욕 군사 학교’로 옮기게 된다. 부유한 부동산 업자였던 트럼프의 아버지 프레데릭은 군대식으로 학생을 훈육하는 학교에 아들을 보내며 “학교의 규율이 그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키길” 바랐다고 한다.
군사학교 생활을 마친 뒤 그가 바로 아이비리그로 진학한 것은 아니다. 그의 첫 대학생활은 예수회 학교인 포덤 대학에서 시작됐다. 이 대학에 2년을 다닌 뒤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 옮겼다. <워싱턴 포스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매우 똑똑한 학생을 뽑는 것과 동시에 부유한 사람의 자녀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적었다. 2001년 트럼프 가문에 대한 책을 쓴 그웬다 블레어는 당시 와튼스쿨의 입학사정관이 트럼프 형의 동창생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그가 대학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지만 미 언론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봤다. 2015년 <보스턴 글로브>는 “트럼프는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다”며 트럼프가 대학생활을 충실히 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함께 수업을 들은 학생은 이 매체에 “그는 매 주말 집으로 돌아가 그의 아버지를 위해 개처럼 일해야 한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한 동창생은 “그는 매우 똑똑했지만, 학업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가 정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어떻게 거래를 성사시킬지, 그리고 자금 조달 방법이었다. 그는 언제나 학업 과정에 일종의 경멸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1984년 <뉴욕 타임스>는 “1968년 와튼스쿨 학위수여식 프로그램에서 트럼프는 어떤 종류의 영예의 졸업생 명단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아이비리그의 수석 졸업생인지 아닌지를 떠나 <워싱턴 포스트>는 24일 트럼프가 자신이 ‘품위 없다’는 지적에 ‘예의 바르고 정중한 사람’이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라고 응수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의 발언은 교육을 더 받은 사람이 더 품위있는 사람이라고 추정하게 한다. 물론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69%가 대졸자가 아닌 트럼프의 지지자들도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트럼프가 언론이 자신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데 대해 “트럼프는 언론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그의 트위터에서 가장 품위 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반박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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