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수의 여배우를 포함한 수십 건의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2014년 3월 아카데미시상식 참석 당시 사진. AFP 연합뉴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행각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하지만 와인스틴의 회사는 그 행위의 일부를 적어도 2년 전부터 알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와인스틴 컴퍼니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능력이 뛰어난 인재, 이른바 ‘슈퍼스타’의 부정은 가능하면 눈감아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회사에 더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사실일까?
<뉴욕 타임스>는 회사에서 슈퍼스타들이 일으키는 성희롱은 이제 전형적인 것이 됐다고 3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근 수십년간 노동시장이 더 많은 슈퍼스타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왔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난 4월에는 <폭스 뉴스> 간판 진행자 빌 오라일리가 여러 건의 성폭력 혐의로 퇴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보고서에서 아예 ‘슈퍼스타 가해자’ 분류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슈퍼스타들은 많은 소득, 더 많은 편의, 차별화된 기대를 받는 특권을 누린다. 이 특권은 그들이 스스로 규칙 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고용주는 슈퍼스타가 부정을 저질렀을 때, 그를 잃는 것은 너무 큰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못 본 체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자를 묵인하는 것은 다른 직원들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015년 11월 우버에 입사했다가 13개월 만에 퇴사한 여성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는 블로그에 우버의 성차별 관행을 고발하며 “우버에 합류했을 때 내가 속한 조직의 25%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려고 노력할 당시 그 비율은 6% 미만으로 떨어져 있었다”고 적었다.
가해자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몇 명쯤 그만둬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11개 기업의 5만명 넘는 노동자를 조사해 2015년 낸 ‘해로운 노동자들’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슈퍼스타가 저지르는 성희롱 및 각종 부정의 피해자나 주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뒀을 때 회사가 치르는 비용이 슈퍼스타를 대체할 다른 인력을 육성하는 것보다 크다. 보고서는 부정을 저지르는 이가 상위 1% 능력자라고 해도, 그를 계속 데리고 있어서 발생하는 비용이 그를 내쳤을 때의 비용보다 2배 이상 크다고 봤다.
슈퍼스타의 부정을 묵인한 사실이 밝혀지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순간에 직원들이 이탈하고, 투자자들은 발을 빼고, 주주와 투자자의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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