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국 버지니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차량 행렬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줄리 브리스크먼의 사진. 줄리 브리스크먼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달 골프를 치고 돌아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차량에 대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리는 행위를 한 여성이 직장에서 해고됐다.
6일 <허핑턴 포스트>를 보면, 지난달 28일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골프장을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 옆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왼팔을 들어 ‘손가락 욕’을 한 줄리 브리스크먼(50)은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브리스크먼이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장면은 동행하던 백악관 사진기자에 의해 포착됐다. 이 사진이 급속도로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며 브리스크먼은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트위터 등의 이용자들은 그를 “여성 영웅(she-ro)”이라고 칭했다. “2020년 선거에 출마하라”며 관련 해시태그(#Her2020)를 단 게시글을 다수 게재했다. 심야 코미디 방송에서도 그의 행위는 화제가 됐다.
줄리 브리스크먼의 ‘손가락 욕’이 화제가 되며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만든 이미지. 허핑턴포스트 갈무리
소셜미디어에서 이 사건이 계속 언급되자 브리스크먼은 회사에 사안에 대해 설명해야겠다고 판단했고, 6일 회사에 이를 알렸다고 한다. 그 뒤 상사가 그를 호출해 회사의 소셜미디어 정책을 위반했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브리스크먼이 일하는 회사는 버지니아주에 기반을 둔 정부 조달사업자 아키마로, 그는 이곳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6개월간 일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고용주에게 해고의 자유가 폭넓게 주어져있다.
브리스크먼은 <허핑턴 포스트>에 회사가 해고 이유로 “당신은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것을 소셜미디어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회사는 손가락 욕을 음란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그가 사진을 소셜미디어의 자기소개란에 올려놓은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브리스크먼은 소셜미디어에서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번 행위는 업무시간이 아닌 때 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외설적인 게시글을 올린 다른 남성 동료는 해고되지 않았다며 “이게 공평한 처사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아키마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하지 않았고, 6일 아키마의 누리집은 다운됐다고 한다.
브리스크먼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리던 날, 대통령의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프로그램(DACA) 수혜자들이 쫓겨나는 것, (태풍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 가구의 3분의 1만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또 그 망할 골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차량 행렬에 여러 차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렸다”며 “어떤 면에서 보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일을 했다. 이 나라가 현재 향하는 방향에 분노를 느낀다. 그것은 내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가디언>을 보면 두 아이의 엄마인 브리스크먼은 현재 새로운 직업을 찾는 중이다. 그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크라우드펀딩)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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