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선거 등에서 공화당이 완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1돌을 하루 앞둔 날 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함으로써 트럼프 정권의 내우외환이 더 깊어지게 됐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랠프 노덤 민주당 후보는 53.7% 득표로 45.1%를 얻은 에드워드 길레스피 공화당 후보를 눌렀다. 버지니아는 수도 워싱턴의 인근 주인 데다, 공화·민주 양당이 각축하는 ‘스윙 스테이트’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정권에 대한 민심의 척도로 불려왔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필립 머피 민주당 후보가 55.4%를 득표하며 42.5%에 그친 킴 과다노 공화당 후보를 이겼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크리스 크리스티가 주지사였던 뉴저지를 탈환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 뉴욕의 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90%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65.3%를 얻어, 28.9%를 얻은 니콜 맬리오타키스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2013년 선거에서 20년간의 공화당 뉴욕시장 시대를 마감시킨 더블라지오는 에드 코크 전 시장에 이어 처음으로 뉴욕시장 재선에도 성공한 민주당 시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공화당 주류 진영의 패배로 규정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투표일에 한국을 방문 중이던 그는 트위터를 통해 버지니아 선거 결과에 대해 “길레스피는 열심히 했으나 나나 내가 상징하는 것을 포용하지 않았다”며 “길레스피는 자신을 대통령과 긴밀히 연대하지 않음으로써 자해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국위 의장 출신인 길레스피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막판에야 길레스피와의 통화 및 트위터를 통해 길레스피가 이민과 범죄 문제에 자신과 의견을 공유한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최대 격전지 버지니아에서는 주검찰총장, 부지사, 주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완승했다. 백중세였던 투표 전 여론조사와는 달리, 노샘 후보는 8.6%포인트 차의 낙승을 했다. 이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수십 년 만에 거둔 가장 큰 표차의 승리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이번 승리로, 공화당 쪽으로 경사되는 듯하던 대도시 교외 지역의 지지를 다시 굳히게 됐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몬태나와 조지아 연방의원 보궐선거에서 모두 패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공화당 후보들은 인종, 이민, 범죄 문제에 대해 트럼프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패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들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났다. 버지니아에서 공화당의 길레스피는 이민 제한 강화와 남부연합 상징 부활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부유한 북부 및 동부 연안의 대도시 교외 지역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승패의 관건이 되는 부유한 교외 지역에서는 트럼프 스타일의 의제와 운동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노댐 후보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버지니아는 분열을 끝내라고, 우리는 증오와 편견을 수용할 수 없다고, 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정치를 끝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다. 버지니아 출신의 스콧 테일러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번 투표는 이 행정부에 대한 투표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를 얻으려고 그의 의제들을 내세웠으나 완패당한 것을 지적하며 ‘트럼프 없는 트럼프주의’는 통하지 않음을 공화당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면 전통적인 온건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그를 부정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를 잃는 딜레마를 안겨준다는 것이다.
한편 <시엔엔>(CNN) 방송이 당선 1돌을 이틀 앞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한 달 전에 비해 1%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하며 같은 조사에서 최저치에 다다랐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58%였다. 같은 날 나온 <워싱턴 포스트>-<에이비시>(ABC) 방송 여론조사에서도 37%로 최저치가 기록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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