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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한인 학생 허벅지 만진 교수에게 프린스턴대가 내린 처벌

등록 2017-11-13 17:28수정 2017-11-14 09:56

50대 남성 교수가 20대 대학원생 성추행
학교 쪽 “8시간 교육 이수” 제재에 그쳐
“이렇게 가벼운 처벌이면 성범죄 위험 계속”
프린스턴 대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세르지오 베르두 교수의 사진. 사진 프린스턴 홈페이지 갈무리.
프린스턴 대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세르지오 베르두 교수의 사진. 사진 프린스턴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한 교수가 한국 출신 대학원생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도 가벼운 처분만 받은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허프포스트US는 지난 9일(현지시각) 프린스턴 대학교에 다니는 한국 출신 대학원생 임여희(26)씨가 지도 교수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허프포스트 US의 보도를 보면, 국내에서 석사를 마친 임씨는 2015년 8월 프린스턴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전기공학과 수학 정보이론의 권위자인 세르지오 베르두 교수로부터 사사 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던 임씨는 마침내 2016년 1월부터 시작하는 두 번째 학기에 베르두에게 논문 지도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곧 베르두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베르두 교수는 축구 경기나 영화를 보자며 임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단 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기 시작했다.

허프포스트는 임씨가 지난 4월 프린스턴의 ‘타이틀9 사무처’(교육현장에서의 성적 차별을 감시하는 기구)에 제출한 문서를 인용해 임씨가 지난 2월과 3월 베르두 교수의 자택에서 두 차례에 걸쳐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당하고 이를 고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베르두 교수가 둘밖에 없는 곳에서 임씨의 어깨, 허벅지 위쪽과 배 등을 만졌다고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먼저 지난 2월에 있었던 사건을 보면, 베르두는 임씨에게 한국 영화 <아가씨>를 보자며 초대했다. 임씨는 베르두가 영화를 보자고 초대했을 때 성적인 묘사가 많은 <아가씨>를 보자고 해서 꽤 긴장했으며, 이에 대한 걱정을 베르두에게 털어놓기도 했으나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유일한 해당 감독의 영화’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월23일 베르두는 영화를 보는 동안 남자 친구가 있는지를 물으며 임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임씨는 “당시 그와 그의 딸들이 함께 있는 사진이 눈앞에 있었다”며 “그의 딸이 나와 비슷한 나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딸과 내가 비슷한 나이여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성희롱인지 판단할 수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임씨는 영화를 보자는 초청을 받았을 당시 자신의 학우에게 “내 지도 교수가 자기 집에서 영화를 보자고 하는데 나한테만 물어본 것 같다. 지난번에 축구 보러 갔을 때도 나밖에 없어서 이상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화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은 3월에도 있었다. 임씨는 3월 9일 베르두가 자신에게 <아가씨>와 같은 감독의 작품인 <올드 보이>를 함께 보자고 권했으며,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고 손으로 어깨를 부드럽게 위 아래로 쓰다듬었다고 밝혔다. 또한, 임씨가 와인을 마시다 쏟자 베르두가 이를 닦아주려다 브래지어 아래쪽 배를 만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허프포스트의 기사를 읽고 공유해달라’고 올린 임씨의 게시글. 사진 임여희 씨 페이스북 갈무리.
’허프포스트의 기사를 읽고 공유해달라’고 올린 임씨의 게시글. 사진 임여희 씨 페이스북 갈무리.
허프포스트는 당시 약속을 정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보했는데 이 이메일에는 베르두가 임씨에게 “나를 ‘세르지오’라고 불러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임씨는 이후 다른 교수를 통해 해당 사건을 타이틀9 사무처에 고발한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4월13일 사무처는 임씨와 베르두에게 조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통보했으며, 지난 6월9일 약 두 달의 조사 끝에 베르두에게 “성희롱에 책임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사무처는 해당 조사에서 베르두가 “프린스턴의 성차별 및 성과 관련한 직권남용에 관한 정책을 위반”했으며 이에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허프포스트는 베르두에 대한 처벌이 고작 ‘8시간의 교육 이수’였다고 전했다. 타이틀9의 책임자는 임씨에게 베르두의 행동이 정직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학교 쪽은 처벌이 8시간 교육에 그친 이유에 대해 “학생이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했을 때 교수가 더 이상의 행동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허프포스트는 데보라 프렌티스 프린스턴대 학장이 다른 여성들도 베르두에 대해 ‘광범위한 의혹’을 제기했으나 공개적으로 들고 나선 사람이 없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임씨는 허프포스트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다른 학생들도 나와 같은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며 “처벌은 예방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 만약 대학이 짧은 기간이라도 정직 처분을 한다면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 것이고 다른 성추행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수와 나의 권력관계”라며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도교수가 학생의 학위, 장학금 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프린스턴대에서 교수의 성추행 사례가 아직 알려진 적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면 다른 학생들도 계속해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도 “모 매체에서 동영상을 만들어 이 상황을 알렸는데, 대학원생과 지도교수와의 권력 관계나 사건이 있기까지의 정황 등이 생략되어 ‘피해자가 왜 그런 상황을 만들었느냐’라는 댓글이 달렸다”며 “해당 사건의 정황과 대학원생으로서의 상황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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