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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다빈치의 ‘구세주’, 미술품 최고가 5천억원에 낙찰

등록 2017-11-16 10:25수정 2017-11-16 21:00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 기록 경신
‘모나리자’와 같은 시기 작품으로 예수 표현
1958년 단돈 60달러에 팔려…2011년 진품 인정
일부 전문가들 “다빈치 작품인지 불확실” 시비 여전
불과 6년 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진품으로 확인된 <구세주>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억5030만달러(약 4979억원)에 낙찰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그림이 15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 최고 경매가 기록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2015년에 세운 1억7940만달러였다. <구세주>는 압도적인 차이로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거래된 미술품 최고가 기록도 갈았다. 기존 최고가 기록은 2015년 윌럼 드 쿠닝의 <인터체인지>가 세운 3억달러다.

<구세주>는 1억달러 이상은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낙찰가는 이를 훨씬 웃돈다. 1억달러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순식간에 3억달러를 돌파해 19분 만에 4억달러에 이르렀다. 전화로 4명, 현장에서 1명이 참여한 경매는 매번 입찰가가 수천만달러씩 뛰었다. 근래에 미술품 시장에서는 고전미술의 인기가 시들하고 현대미술이 대세를 형성했으나, 다빈치의 작품이 단박에 이를 뒤집은 셈이다.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구세주>의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구세주>의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유화 <구세주>는 66㎝ 높이의 작품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르네상스 스타일의 옷을 입고 오른손으로는 축복을 내리며 왼손은 크리스탈 보주를 들고있는 형상이다. 전형적 기독교 도상의 한 종류다.

앞서 ‘21세기 최대의 재발견 예술작품’이라는 말을 듣는 이 그림이 경매에 나와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때와 같은 1500년 무렵 완성한 이 작품의 경매 전 전시(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 뉴욕)에는 14일까지 2만7000여명이 몰려, 단일 작품 최대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지난 주말 뉴욕 전시에서 걸작을 보려는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개인 수중에 있는 유일한 다빈치의 작품으로, 개인에게 팔린다면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관람객들을 불러모았다.

이 작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확인된 다빈치의 그림이 16점밖에 안 되는 데다 <모나리자>와 같은 시기에 그린 작품이라는 점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처 없이 떠돌다 뒤늦게 대가의 작품임이 확인돼 가치가 급상승한 점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애초 다빈치의 <구세주>는 유럽의 궁정 벽을 장식해왔다. 다빈치가 말년의 후원자인 프랑스 왕 루이 12세를 위해 그린 것으로, 17세기에는 영국 왕 찰스 1세한테 넘어갔고, 18세기에는 노르망디공이 갖고 있었다. 1900년에는 영국의 미술품 수집가가 소유한 기록이 있다. 그때는 다빈치의 제자 작품으로 추정됐다. 이후 연원이 불분명한 작품으로 계속 남았다가 195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단돈 60달러에 팔렸다. 당시 다빈치의 진품이라고 전혀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2005년에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해 거래상들에게 1만달러도 안 되는 값에 매매됐다. 그림에는 훼손과 덧칠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2011년에 다빈치의 진품임이 확인되면서 미술계를 들뜨게 했다. 러시아의 부호이자 AS모나코의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플레프가 2013년에 1억2750만달러(약 1422억원)에 샀다. 낙찰가 중 5천만달러는 크리스티 경매장에 수수료로 돌아간다. 나머지를 쥐게 된 리볼로플레프는 4년 만에 큰 차익을 챙기게 됐다.

하지만 진위 여부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다빈치 전문가인 자크 프랑크는 “이 그림은 (다른) 레오나르도 작품과 구도가 다르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모나리자>를 액자에서 꺼내 다섯 번이나 감정했다는 그는 “<구세주>는 ‘남자 모나리자’라고 불리지만,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일부 전문가들도 훼손과 복원이 반복된 이 그림의 진품 여부는 가리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티 경매장이 현대미술품 경매에 이 작품을 끼워넣어 전문가들의 감식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리스티 경매장은 ‘최후의 다빈치’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역대 최대 수준의 마케팅을 했다.

다빈치의 작품들 중 <모나리자>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보유하고 있고, <최후의 만찬>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교회 부속 건물의 벽에 프레스코화로 남아있다. <수태고지>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에 걸려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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