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에서 사형을 대기 중인 알바 캠벨. 사진 데스페널티액션.
11월 15일 미국 남부 오하이오 교도소 바깥에선 종소리가 울렸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미국의 온라인미디어
더인터셉트의 20일(현지시간) 보도를 보면, 이날 오전 사형반대 단체인 ‘데스페널티액션’의 회원들은 큰 종을 한 명씩 돌아가며 내려치고 있었다. 이 단체의 리더인 에이브러햄 보노위츠가 폐기된 가스통을 개조해 들고 온 종이었다. 교도소 안에서 곧 사형될 죄수 알바 캠벨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감옥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 사형 집행이 완료됐다고 생각했던 오전 11시 27분께, 감옥 안에 있던 콜럼버스디스패치의 사진기자 하나가 트위터에 “알바 캠벨은 사형되지 않았다. 아마도 정맥을 찾지 못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그가 살아있어.” 더인터셉트는 이 단체의 리더인 보노위츠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사형 집행 실패 사건이 사형 제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이날 사형이 예정됐던 알바 캠벨은 1997년 살인 및 강도로 사형이 최종 확정됐다. 교정 당국은 애초 오전 10시에 캠벨의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차례 시도한 뒤에도 그의 팔에서 정맥을 찾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다.
더인터셉트는 캠벨의 변호인 쪽이 형을 집행하기 전부터 그의 건강 상태가 약물로 사형을 집행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의 설명을 보면, 캠벨은 지난 몇 년동안 폐암부터 만성폐쇄성 폐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보행보조기와 결장루낭(변을 받기 위하여 문합구에 부설한 주머니)을 달고 생활했다.
교도소 의료팀은 그가 누워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인 역시 무엇보다 그의 상태가 정맥 주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주 당국은 삼각형 모형의 받침으로 그의 상체를 일으켜 ‘주 당국이 그의 숨을 멈출 때까지’ 숨을 쉬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인터셉트의 보도를 보면, 형 집행이 중지되고 캠벨의 운구를 위해 준비한 장의차가 빈 상태로 교도소를 빠져나온 건 오후 1시였다. 캠벨의 변호인은 “우리는 힘든 아침을 보냈다”며 사형 집행 현장에서 오른쪽 정강이를 포함해 캠벨의 신체에 네 차례 주사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으나 캠벨이 울부짖는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캠벨은 살인죄로 20년을 복역한 뒤 1992년 가석방되었으나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강도 사건을 일으켜 다시 수감됐다. 수감 중에 재판을 기다리던 그는 마비 상태라 속이고 휠체어를 타고 법원으로 가던 중 보안관을 제압하고 권총을 빼앗아 달아났다.
로이터는 법원 기록을 보면, 이후 캠벨이 18살의 찰스 다이얼스가 몰던 자동차를 빼앗고 그를 사살했으며 이후 강도와 살인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고 전했다.
캠벨의 형 집행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로이터를 보면, 미국의 역사상 1946년 이후 사형 집행이 중단되고 사형수가 재수감된 경우는 이번을 포함해 세 번뿐이다. 특히 로이터는 2009년 사형 집행에 실패해 수감 중인 로멜 브룸이 캠벨과 같은 수감소에서 사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2009년 독극물 정맥 주사 방식으로 사형 집행을 받은 브룸은 캠벨과 마찬가지로 집행인들이 정맥을 찾지 못해 십 수차례 시도하다 실패해 2020년 재사형을 앞두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의(ACLU) 오하이오 지부는 캠벨의 사형 실패를 두고 “이것은 정의가 아니며 인도적이지 못한 처사”라며 오하이오주의 모든 사형 집행을 유예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캠벨의 형 집행 중단을 선언해야 했던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은 캠벨의 사형이 2019년 6월 15일에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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