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에 촬영된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통신위원회(FCC) 외관 사진.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안을 공개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 에이티앤티(AT&T) 같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이용자 및 콘텐츠 업체에 요금에 따라 차별적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뉴욕 타임스>는 연방통신위가 인터넷 서비스를 전화나 전기와 동등하게 공공 서비스로 취급하던 원칙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고 22일 보도했다. 아지트 파이 연방통신위 위원장은 “연방정부가 인터넷에 대해 세세한 것까지 관리하는 것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안은 이르면 다음달 14일 연방통신위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이는 2015년 연방통신위가 망중립성에 기반해 세운 원칙을 뒤집은 것으로, 통신사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콘텐츠 업체와 이용자에게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에게는 느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접속을 막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안은 에이티앤티와 버라이즌 등 통신사업자들의 숙원이었다. 통신사들은 공공 서비스로 분류된 인터넷 통신의 가격 차별이 불가능해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되고, 더 빠른 망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할 유인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방대한 콘텐츠를 전송해 망을 더 많이 사용하는 업체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파이 위원장은 2001년부터 2년간 버라이즌에 재직한 경력이 있다.
반면 통신사에 더 많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주요 콘텐츠 업체와 시민단체는 이번 안이 정보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더 많은 돈을 내는 콘텐츠 업체와 소비자만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소비자들의 정보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통신사가 이해관계에 따라 콘텐츠 업체의 서비스 속도에 차등을 둬 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콘텐츠 업체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한 에이티앤티가 이번 안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망중립성 개념을 처음 주창한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는 “통신사에 언론 콘텐츠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충격적”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지불 여력이 없는 영세 콘텐츠 사업자는 시장 진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통신사가 속도를 통해 사실상 취사선택을 강요하는 정보만을 접해야 할 수 있다. 지불 여력이 부족하면 동영상 서비스 등의 콘텐츠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형 콘텐츠 업체가 통신사에 초과 지불하는 이용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버라이즌과 컴캐스트 등 통신사들은 이런 우려에 대해 “우리는 합법적 콘텐츠를 막거나, 늦추거나,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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