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을 이어가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에 대한 호적수로 떠올랐다.
코미 전 국장은 25일, 제3대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1786년에 딸의 주치의에게 보낸 편지 구절을 트위터에 올렸다. “우리의 자유는 언론 자유에 의존하며, 그것이 제한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내용이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엔엔>(CNN)을 공격하는 트위터 글을 올린 지 30여분 만에 이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에는 <시엔엔>보다 <폭스뉴스>가 훨씬 중요하지만, 미국 밖에서는 <시엔엔> 인터내셔널이 아직도 주요한 (가짜) 뉴스의 원천이며, 그들은 우리 나라를 세계에 형편없이 대표한다. 세계는 그것으로부터 진실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코미 전 국장의 글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공격을 반박한 셈이다.
지난 6월 의회 청문회에 나와 러시아 게이트 수사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자신의 해임에 대한 상황을 증언한 코미 전 국장은 이후 행적이 묘연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언론은 그가 익명으로 트위터 계정을 쓰며 서서히 발언에 나선 것을 포착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중순 아시아 순방을 동행한 기자들에게 기내에서 자신을 “거짓말쟁이”나 “유출자”로 지목하자 몇 시간 만에 은유적 표현으로 반격했다. 그는 19세기 영국 침례교 목사 찰스 스퍼전의 설교를 인용해 “진실이 세계를 돌게 하려면 고속 열차로 끌어야 하지만, 거짓이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날아다닐 것이다. 거짓은 깃털처럼 가볍고 입김으로도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에어포스원이 나는 가운데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몬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코미 전 국장은 이 트위트에 포토맥강의 그레이트 폭포 사진을 첨부했다. 그는 다시 몇 시간이 지나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물같이 흐르게 하라”는 구약성서 내용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엔엔>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대해 “<시엔엔>은 세계를 상대로 미국을 대표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 일이다. 뉴스를 보도하는 게 우리 일”이라는 댓글로 반격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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