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혐의로 해고된 <엔비시>(NBC) 간판 앵커 맷 라워. 워싱턴 포스트 갈무리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신호탄이 돼 미국 연예계와 정계를 강타한 성폭력 폭로가 쟁쟁한 언론인들도 순식간에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 방송사에서 이틀 새 세명의 간판급 언론인이 성희롱 혐의로 퇴출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엔비시>(NBC) 방송이 간판 앵커 맷 라워(59)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이유로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 방송의 앤드루 랙 회장은 직원들에게 라워에 대한 “상세한” 불만이 접수됐다며, “심각한 검토 결과 그것은 회사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라워는 1994년부터 아침 방송 ‘투데이’를 진행한 <엔비시>의 대표적인 방송인으로 연봉이 2500만달러(약 272억5천만원)에 달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인터뷰했고, 2005년에는 배우 톰 크루즈를 인터뷰하는 등 수많은 유명인을 인터뷰했다.
<엔비시>는 라워의 혐의를 상세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잡지 <버라이어티>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세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라워의 행각을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라워가 동료 여성에게 성인용품을 선물한 뒤 그것을 그 여성에게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 노골적으로 표현했으며, 다른 동료 여성을 사무실로 불러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라워의 책상 밑에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도 사무실 문을 잠글 수 있는 버튼이 설치돼 있었고 이것이 그의 성추행을 좀더 용이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라워의 해고가 발표된 지 몇시간 안 돼 미네소타 공영 라디오 방송의 유명 진행자인 개리슨 케일러(75)도 “부적절한 행위”로 해고됐다. 케일러는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에 이메일을 보내 “여성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 여성이 불행을 토로한 뒤 등을 토닥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 매체는 케일러가 소셜미디어에 “한개의 비난에 내 50년간의 노고가 쓰레기처럼 버려진 데 놀랐다. 비난의 시선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이 나라를 떠나야 될 것 같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인 28일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의 데이비드 스위니 보도국장도 적어도 세명 이상의 여성 기자를 성희롱한 혐의로 사임했다. <엔피아르>에서는 11월 초 마이클 오레스키스 수석부사장이 성희롱 혐의로 사임한 데 이어, 한달 새 두명의 고위직이 성희롱 혐의로 퇴출된 것이다. <엔피아르>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스위니는 더 이상 우리 직원이 아님”을 알리며 “보도국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성추행 혐의로 <시비에스>(CBS)의 간판 앵커 찰리 로즈가 해고됐고, <뉴욕 타임스>의 대표 기자 글렌 스러시는 직무정지를 당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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