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트위터가 201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리트윗된 10개의 트위트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트가 3개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가 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프로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 등이 포함된 2017년 가장 많이 리트윗된 10개의 트윗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개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지분을
가져간 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지난 1월 20일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의 8년 임기를 끝내고 도널드 트럼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준 버락 오바마는 “여러분을 섬긴 건 제 인생의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저를 더 나은 리더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습니다”라는 내용의 트위트를 남겼다. 이 트위트는 63만 번 리트윗되고 160만 개의 ‘마음’ 저장을 받으며 8위에 자리매김했다.
버락 오바마가 퇴임 연설을 한 직후인 1월 10일과 퇴임식 직후인 1월 20일에 올린 트윗. 사진 트위터 갈무리.
5위 역시 그의 차지였다.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퇴임 전 고별선언을 마친 직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제가 드리는 마지막 요청은 처음과 같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변화를 만드는 제 능력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여러분의 능력을 믿으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트위트를 올렸다. 해당 글은 당시 이틀 만에 75만 번의 리트윗을 기록하며 종전까지의 최다 리트윗 횟수를 갈아치웠다. 다만, 이전 최다 리트윗 횟수 기록 역시 오바마의 트위트였다.
2015년 대법원의 동성결혼 금지 위헌 결정 이후 오바마가 남긴 “오늘 우리는 평등으로 가는 우리의 여정에서 매우 큰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이제 게이, 레즈비언 커플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결혼할 권리를 갖게 됐습니다”라는 내용의 트윗이 41만 번 리트윗 되며 직전까지 최다 리트윗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오바마의 최다 리트윗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 8월 11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큐클럭스클랜(KKK)과 네오나치를 비롯한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이 ‘백인의 삶은 중요하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반 인종차별 시위대와 충돌했고, 차량 한 대가 반 인종차별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면서 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당시 오바마는 넬슨 만델라의 말을 인용해 “그 어떤 누구도 피부색이나 배경, 종교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증오하도록 태어나지는 않는다”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다. 이 트윗은 170만 번 리트윗 되고 450만 개의 ‘마음’ 글로 저장되며 2017년 최다 리트윗 리스트 2위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가 샬러츠빌 사건 직후에 올린 넬슨 만델라를 인용한 트윗. 사진 트위터 갈무리.
그러나 이 아름다운 트윗을 누르고 2017년 최다 리트윗 1위를 차지한 건 ‘웬디스의 치킨 너깃’이었다. 지난 5월 네바다 주에 사는 17살의 트위터 사용자 카터 윌슨은 패스트푸드 체인인 웬디스에 “1년 동안 치킨 너깃을 공짜로 먹으려면 리트윗 몇 번 받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웬디스의 트위터 담당자는 “1800만 번”이라고 답했는데, 카터가 이 대화를 캡처했다. 카터는 자신과 웬디스 계정의 대화를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너깃이 먹고 싶은 한 남자를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빌었는데, 지금까지 360만 번 리트윗 됐다. 웬디스는 이 소년이 1800만 번의 리트윗을 다 채우지 못했음에도 1년 무료 시식권을 제공했다.
2017년 최다 리트윗 1위를 차지한 ‘웬디스 치킨 너깃’ 트윗. 사진 트위터 갈무리.
10위 안에 등재된 다른 트위트들은 올 한 해 있었던 중요한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테판 커리의 백악관 초청을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NBA, MLB, NFL 등 미국 주요 프로스포츠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건 일종의 관례인데, 트럼프의 인종 차별주의적 발언 때문에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간판 스타 스테판 커리와 그의 팀원들이 초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두고 망설이고 있다는 소식에 화를 낸 것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던 또 다른 NBA 스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는 “스테판이 이미 안 가겠다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초대하지 않은 게 될 수는 없지.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에 가는 게 큰 영광이었어!”라는 내용의 트위트를 남겼다. 이 트위트는 66만 번 리트윗되며 7위를 차지했다.
린킨 파크 공식 계정이 올린 체스터 베닝턴의 사진. 사진 트위터 갈무리.
이 밖에 지난 7월 록밴드 린킨 파크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41)이 자살한 뒤 그를 기리는 사진을 올린 린킨 파크 공식 계정의 트위트가 6위에 올랐다. 베닝턴은 지난 7월 21일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 LA 경찰이 사인을 자살로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베닝턴은 올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룹 사운드가든의 보컬 크리스 코넬과 절친한 친구였는데, 베닝턴의 시신이 발견된 날이 코넬의 생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슬픔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공연하던 중 공연장 바깥에서 일어난 폭발과 총기 테러로 19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을 겪은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트위트도 4위를 차지했다. 아리아나는 사건 하루 뒤 “(마음이) 부서졌다.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유감을 전한다. 할 말이 없다”고 올린 이 트위트는 120만 번 리트윗 됐다.
한편,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트를 날리는 횟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많지만, 이 리스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