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상습 성폭력 폭로가 촉발한 ‘미투(#metoo) 캠페인’ 불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옮겨붙었다.
트럼프 대통령한테 과거 성폭력을 당했다고 지난해 대선 기간에 폭로한 여성들은 11일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조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회견은 성추행·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16명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알리는 자리로, 영화 제작사인 브레이브뉴필름스가 주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성들은 자신들이 얘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이 지난해 대선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에 좌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빗발치는 비슷한 고발들이 영향력 있는 남성들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의 발언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05년 트럼프타워 안내원으로 일하다 트럼프 대통령한테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레이철 크룩스는 “트럼프가 저지른 일련의 부적절하고 (성)도착적인 행동이 있었다”며 “안타깝지만 이런 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드문 일이 아니고,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이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여기에 온 단 하나의 이유는 이 범죄자가 우리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 유에스에이 대회’ 참가자인 서맨사 홀비는 회견 참석 직전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제 2라운드가 시작됐다. 환경은 달라졌다. 다시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홀비는 2006년 이 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참가자들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복심’으로 통하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0일 <시비에스>(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성추행 혐의가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건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헤일리 대사는 “그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여성들은 언제나 앞으로 나서는 것에 편안함을 느껴야만 한다. 우리는 모두 그들의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며 백악관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에이피>(AP)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헤일리 대사의 발언에 격노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기자회견 소식에 성명을 통해 “이런 거짓된 주장의 모순과 주장이 제기된 시점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이들이) 시작한 홍보 투어는 그 뒤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확신을 준다”고 즉각 반박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일(성추행 의혹 제기)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오래전에 일어났으며, 국민은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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