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는 디즈니 스토어의 모습.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같은 스트리밍 미디어의 급부상으로 위기에 처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업계가 잇따라 몸집 불리기를 꾀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라는 위기 앞에서 월트디즈니의 캐릭터 ‘미키 마우스’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86)의 ‘여우’(21세기폭스)를 잡아먹는다.
월트디즈니는 14일 21세기폭스 필름과 텔레비전 스튜디오 등 주요 부문을 524억달러(약57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월트디즈니는 21세기폭스의 20세기폭스 영화스튜디오와 <에프엑스 네트웍스>·<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20여개의 채널을 소유하게 된다.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 티브이>도 인수 대상에 포함됐지만, <폭스 뉴스>와 <폭스 스포츠> 등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인수로 역대 흥행 순위 1위 영화 <아바타>를 비롯해 <엑스맨>·<데드풀>·<판타스틱 4>,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등 캐릭터들도 함께 월트디즈니로 ‘이사’ 간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 월트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단순 합산하면 2230억달러에 이른다. 이번 빅딜은 넷플릭스의 급부상이란 폭풍에 휘말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위기감 표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트디즈니가 눈독 들인 것이 21세기폭스가 가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의 지분 30%라는 것이다. 현재 훌루의 지분은 월트디즈니와 21세기폭스, 또다른 미디어 거물인 엔비시(NBC)유니버설이 각각 30%씩 가졌고, 나머지 10%는 타임워너에 있다. 월트디즈니로선 폭스 쪽 지분까지 총 60%를 소유해 지배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시엔비시>(CNBC)는 월트디즈니가 2019년께 훌루를 이용해 애니메이션 콘텐츠 디즈니와 픽사, 마블 시리즈 등 자사 콘텐츠와 폭스 쪽 콘텐츠까지 담은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넷플릭스가 2020년까지 자사 플랫폼의 자체 제작 콘텐츠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해 월트디즈니나 21세기폭스 같은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훌루를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현재 월트디즈니와 21세기폭스 콘텐츠를 합하면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의 19%를 차지해, <시에스아이>(CSI)나 <빅뱅이론> 등을 제작하는 시비에스(CBS)에 이어 두번째로 큰 콘텐츠 제공 업체다.
이번 합병안이 사법당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20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통신업계 2위인 에이티앤티(AT&T)의 미디어그룹 타임워너 합병이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다. 에이티앤티는 <에이치비오>(HBO)와 <시엔엔>(CNN) 등을 소유한 타임워너를 인수하면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이 된다. 2011년에는 세계 최대 케이블티브이 업체 컴캐스트가 엔터테인먼트·뉴스 서비스 업체인 엔비시(NBC)유니버설을 합병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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