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들 국기. 출처:미국 무역대표부 누리집
재협상 테이블에 올라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직격탄을 맞게 된 멕시코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이 이날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실리아 말스트룀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 필 호건 유럽연합 농업·농촌 발전 집행위원과 잇따라 만나 멕시코-유럽연합 무역협정의 구체적 사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와 유럽연합은 2000년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지난 2월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 멕시코는 현재 2000여개로 제한돼있는 대상 품목을 크게 확대해 곡물, 육류, 유제품 등을 모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알레시아 모스카 유럽의회 의원은 “미국이 빠진 세계 무역 지형에서 유럽연합은 사실상 유일한 빅 플레이어”라며 “이 때문에 멕시코와 유럽연합의 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수출의 80%를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4개국 연합인 메르코수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도 무역 관계를 증진시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을 방문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양해각서를 직접 체결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의 이런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나프타의 종말’을 고했을 때 닥쳐올 경제적 타격을 완화시키려는 ‘보험 정책’의 일환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내년 1월23일로 예정된 나프타 재협상 6차 회의에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언급된다.
그러나 멕시코의 무역 상대 다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대미 교역 비중,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나프타 3개국 간에 얽힌 복잡한 공급망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은 3020억달러(약 326조5224억원)였던 반면 대유럽연합 수출액은 190억달러에 그쳤다. 프레드릭 에릭손 국제정치경제 유럽센터 담당자는 “지난 50년간 미국의 지도력을 따랐던 세계 무역 정책은 최근 10년 동안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며 “이제 미국은 그곳(지도자 자리)에 없다. 많은 국가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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