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저드, 내털리 포트먼 등 할리우드 유명 여성 배우·감독·프로듀서·작가 등 300명이 참여해 만든 ‘타임스 업’의 창립선언문. 이 단체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농장·공장·병원·식당·호텔 등 일터에서 직장 내 성폭력과 불평등을 뿌리뽑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타임스 업 누리집 갈무리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성 배우·감독·제작자·작가 등 300명이 직장 내 성폭력과 불평등 뿌리뽑기에 나섰다. ‘타임스 업’(Time’s Up)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할리우드는 물론 여성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구조적인 성폭력과 불평등에 맞서기로 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엔터테인먼트 업계 여성 300명은 1일 영자지 <뉴욕 타임스>와 스페인어 신문 <라 오피니온>에 전면광고를 게재하면서 담대한 출발을 알렸다. 이들은 “남성이 지배하는 노동현장에 끼어들고, 승진하고, 의견을 내고, 인정받으려는 여성의 투쟁은 끝나야만 한다;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남성)독점의 시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단체 결성에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을 고발한 애슐리 저드와 리스 위더스푼은 물론 에바 롱고리아, 내털리 포트먼, 에마 스톤 등 톱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유니버설 픽처스 도나 랭글리 회장 등 유력 인사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여성 유력 인사들이 할리우드와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불평등을 뿌리뽑기 위해 만든 ‘타임스 업’에 참여한 배우 내털리 포트먼. AP 연합뉴스
이들은 농장·공장·식당·호텔·병원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를 법률적으로 돕기 위해 1300만달러(약 138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타임스 업은 따로 임원을 두지 않고, 실질적인 활동은 몇개 실무 그룹이 나눠서 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지난달 발족한 ‘할리우드 성폭력 척결과 직장 성평등 진작을 위한 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성추문을 고발한 애니타 힐 변호사 겸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다른 실무 그룹 ‘50/50by2020’은 2년 안에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기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남성과 똑같이 50%로 올리도록 압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달 초 미 최대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아이시엠 파트너스’의 관리 책임자 크리스 실버먼은 이 목표를 맞추겠다고 밝혔는데, 이 실무그룹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들은 성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들의 ‘침묵의 합의’를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한 실무 그룹에서 활동한다.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실무 그룹도 있다.
타임스 업은 지난해 지구촌을 진동시킨 성폭력 고발 ‘미투(#MeToo) 운동’의 결실을 어떻게 맺을지에 대한 할리우드 여성들의 ‘응답’이다. 또한 수많은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성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미투 운동이 지나치게 고위직 남성들의 성폭력 고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연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레이 아나토미> 등 인기 텔레비전 시리즈 프로듀서인 숀다 라임스는 “타임스 업 여성들이 권력과 특권을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여성을 위한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 싸울 수 없다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첫 가시적인 활동은 오는 7일 열리는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 위에서 시작된다. 시상식에 참석하는 여성 배우 대부분이 검은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 위에 설 계획이다. 한국에서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롱고리아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연대의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오랫동안 우리는 여성으로서 드레스와 화장과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로 소비됐다”며 “이번에 업계는 우리가 그저 (레드카펫에) 올라가서 빙글빙글 도는 것만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