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격노하게 만든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 트럼프의 백악관 내부>는 대통령 핵심 측근 등에 대한 200회 이상의 인터뷰를 기초로 백악관의 은밀한 얘기들을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아들의 러시아 인사들과의 회동은 “반역적”이라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발언 외에도 그가 얼마나 준비가 부족했고 좌충우돌하는지를 전한다. 4일 <뉴욕 매거진>과 <가디언>이 보도한 발췌본을 보면, 2016년 11월 당선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정작 당황했으며 “유령이라도 쳐다보는 모습”(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에 아내 멜라니아에게 당선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울프는 ‘텔레비전 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1대가 설치된 백악관 침실에 텔레비전 2대를 더 설치했다고 썼다. 또 그는 활자 읽기를 꺼린다며 “일부 사람들은 대통령이 반문맹보다 낫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맥도널드 치즈버거를 즐기는 것은 대통령이 먹을 것을 미리 알고 독을 넣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적 사안에 대한 이해는 바닥 수준이라는 증언도 있다. 헌법 조항들에 관심이 전무하다거나, 친구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해야 하는 사실에 화를 냈다는 것이다.
측근들조차 그를 모자라는 사람 취급한다는 얘기도 들어 있다. 지난해 10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욕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고위 보좌진 사이에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를 끊으면서 “진짜 바보네”라고 말했다는 대목도 있다. 저자 울프는 머독의 전기를 쓰기도 했다. “트럼프는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한 가지는 친구들의 아내를 침대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주장도 실렸다.
배넌이 “벽돌처럼 멍청하다”고 평한 이방카 트럼프에게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꿈이 있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방카가 대선에 나간다고 합의했으며, 이방카는 첫 여성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 자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고 배넌이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책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핵심 내용의 발설자인 배넌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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