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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흑인인데 백인 커피에 침 뱉었다” 인종 갈등 유발한 페이스북 글

등록 2018-01-10 15:47수정 2018-01-10 22:20

페이스북 게시글, 극우 커뮤니티 중심으로 퍼져
스타벅스 “그런 직원 없다. 조작” 해명했지만
심각한 인종 갈등 유발까지 우려되고 있어
‘샤넬 리버스’라는 계정으로 올라온 거짓 글. 해당 계정은 현재 검색할 수 없다. 페이스북 갈무리.
‘샤넬 리버스’라는 계정으로 올라온 거짓 글. 해당 계정은 현재 검색할 수 없다.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스타벅스에서 흑인 직원이 백인들이 산 커피와 베이글 등에 침 등의 이물질을 넣었다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이 게시판 등을 통해 폭로됐다. 스타벅스가 이 폭로가 “가짜”라고 밝히고 나서면서 경찰까지 수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험한 말들이 오가는 게시판 중 하나인 ‘포채널’(4chan)과 ‘레딧’의 트럼프 지지자 게시판을 중심으로 ‘샤넬 리버스(Shanell Rivers)’라는 계정의 페이스북 사용자가 올린 글의 갈무리가 떠돌았다. 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글 내용을 보면, ‘샤넬 리버스’라는 인물은 “지난주에 애틀랜타 스타벅스에서 내가 한 일”이라며 “백인 여성들의 마키아토에 침을 뱉었다. 백인 남성 베이글에 들어가는 딸기잼에 피를 약간 섞었다. 4살짜리의 뜨거운 초콜릿 음료에 개똥을 넣었다”고 밝혔다. 리버스가 비공개 그룹인 ‘흑인과 백인의 싸움’(White People Vs Black People)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게시글을 갈무리한 것. 진위를 알 수 없는 이 게시물이 삽시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퍼지면서 뜨거운 쟁점이 됐다. 극우 성향의 사용자들이 모이는 계정에서 퍼지기 시작한 게시물이 흑백 인종 갈등까지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러자 스타벅스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보면, 스타벅스는 “‘악의적인 의도’로 누군가 조작한 게시글”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확인해보니 스타벅스의 직원 중에는 ‘샤넬 리버스’가 없다”며 “(하지만 글 내용 때문에) 해당 지점에 여러 차례의 위협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다. 애틀랜타 북부 브룩헤이븐의 스타벅스 지점은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문을 닫았고, 경찰은 인근에 순찰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한번 울리기 시작한 애틀랜타 지역 스타벅스의 전화벨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스타벅스 공식 계정이 올린 해명 글 중 하나. 사진 트위터 갈무리.
스타벅스 공식 계정이 올린 해명 글 중 하나. 사진 트위터 갈무리.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존재 여부도 모르는 이 직원이 애틀랜타 브룩헤이븐 지점에 근무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스타벅스 공식 트위터 계정은 9일 ‘샤넬 리버스’ 계정이 사용한 여성의 사진 가운데 하나가 세계 최대의 이미지 사이트 ‘게티 이미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라고 밝히면서 ‘샤넬 리버스’가 조작된 인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위터 등에서는 “샤넬 리버스는 있다”며 ’진짜’ 샤넬 리버스라고 자신들이 추정하는 다른 개인 계정의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애초 ‘샤넬 리버스’ 계정의 진위 여부, 샤넬 리버스가 올린 비공개 글을 처음 갈무리해 퍼나른 인물, 퍼지게 된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종종 심각한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백인 우월론자들과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워싱턴 DC에 있는 ‘코멧 핑퐁’이라는 피자 가게가 힐러리 클린턴과 동료 민주당원들이 운영하는 ‘아동 성매매의 창구’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 기괴한 이야기는 이후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서 ‘피자게이트’라 이름 붙이며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이 ‘가짜 뉴스’로 인해 총기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온 에드거 매디슨 웰치라는 28살의 남성이 2016년 12월 4일 ‘코멧 핑퐁’에 침입해 마구잡이로 총을 난사했다. 당시 웰치는 안에 있던 직원에게 총구를 겨눴으나 직원이 도망치자 난사를 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조사에서 웰치는 클린턴의 ‘피자게이트’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총기를 들고 피자 가게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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