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검의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려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이 2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사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가 ‘자살 주검 동영상’을 올린 스타 크리에이터 로건 폴(22) 사태를 사과했다. 폴의 채널을 프리미엄 광고 라인에서 삭제하는 등 사업 관계도 청산하기로 했다. 폴은 일본 후지산 아오키가하라 숲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자살 주검을 영상으로 촬영한 뒤 지난 31일 자신의 유튜브에 게재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 <시엔엔>(CNN)은 10일(현지시각) 유튜브가 가장 인기있는 크리에이터 중 한명인 폴 로건을 제재했다고 보도했다. 유튜브는 팔로워가 1560만명인 폴의 채널을 프리미엄 광고 라인인 ‘구글 선호’(Google Preferred) 프로그램에서 삭제했다. 구글 선호는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위 5% 채널’을 모아놓은 것으로, 광고주들에게 ‘블루칩’으로 여겨져 막대한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튜브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에서도 폴을 배제하기로 했으며, 그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유튜브 오리지널 영화(Thinning : New World Order)도 보류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사과 영상을 올린 이후 새로운 영상을 올리지 않고 있는 폴은 유튜브의 제재와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유튜브는 이에 앞서 9일 성명을 통해 “한 사람의 크리에이터가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슷한 영상이 다시는 유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곧 추가적인 절차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 채널을 통해 파문이 인 지 일주일이 넘도록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은 뒤였다.
폴은 지난 연말 친구들과 함께 일본 후지산 아오키가하라 숲을 방문했다. ‘자살 숲’으로도 불리는 이 곳에서, 폴은 나무에 목을 맨 주검을 발견했다. 폴은 이 남성의 영상을 촬영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했으나,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명백해 보였다.
지난 31일 올린 영상에서 그는 쇼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시작을 알렸다. “이것은 클릭 미끼가 아니다. 내가 지금껏 이 채널에 올린 것 중에 가장 리얼한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다. 이제, 이 말과 함께, 망할 놈의 안전벨트 매시고, 왜냐하면 이런 영상을 두번 다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검을 관찰하고 묘사하며 때로 클로즈업 하기도 했으며, 죽음 시점까지 예측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무리 중 한명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자 폴이 ‘죽은 사람 옆에 서본 적이 없어서 그러느냐’며 웃었다”고 전했다. 폴은 “자살은 농담이 아니다. 우울증과 마음의 병은 농담이 아니다”라며 영상을 게재한 취지를 강조했다. 이미 1500만 팔로워 중 600만명 이상이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였다.
폴은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재앙적인 후폭풍이 들이닥쳤다. 이날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로건 폴’을 비난하는 게 트렌드처럼 확산됐다. <포브스>는 “유명인사들도 마침내 한 가지에 동의했다…로건 폴은 쓰레기”라고 현상을 전했다. 폴은 1일 트위터에 “자살과 자살방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려고 비디오를 올렸는데 잘못 해석됐다”고 사과했다. 비난이 더 거세지자 폴은 2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영상을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녹화를 중단했어야 했다. 다르게 행동했어야 할 많은 것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이번 사태를 죽음을 경시한 한 스타 유튜버의 일탈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큰 자극을 추구하면서도, 윤리적 상대주의를 앞세우며 어지간한 외부 비판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소셜미디어의 세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로건 폴과 두살 터울 동생 제이크 폴 형제는 트위터의 짧은 동영상 서비스 바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다른 많은 유튜버처럼 충격적인 영상을 공유하면서 유튜브에서 엄청난 팬을 끌어모았다. 비정상적인 콘텐츠를 올릴수록 인기는 높아졌다. <베니티페어>가 둘을 “혐오스러운 형제”로 소개할만큼 악명이 높지만, 어린 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로건 폴이 유튜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만 1250만달러(약 135억원)에 달한다.
<포브스>는 “3년 전 유명했던 유튜버들을 생각해봐라. 대다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항상 더 젊고 더 충격적이고 더 멋진 유튜버들이 있다. 로건 같은 브이로거들은 매일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병가도 없고 휴가도 없다”며 무한경쟁에 놓인 유튜버의 씁쓸한 현실을 진단했다. <베니티페어>는 “문제는 폴 형제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된다는 거고, 그들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며 “유튜브를 포함한 일반적인 소셜미디어 문화는 엔트로피(무질서) 상태에 있다”고 우려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