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시의회가 러시아대사관 앞 거리 이름을 2015년 살해당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이름으로 바꾸기로 해 러시아 쪽이 반발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워싱턴 시의회가 러시아대사관이 있는 위스콘신가의 일부 구간 이름을 ‘보리스 넴초프’로 바꾸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번 결의는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자였던 넴초프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넴초프는 러시아 정부에서 장관을 거쳐 제1부총리를 역임했다. 2000년 푸틴이 집권하면서 야당 지도자로 변신해 반 푸틴 집회 등을 이끌며 민주화 운동을 했다. 그는 2015년 2월 모스크바의 크렘린궁과 가까운 곳에서 괴한이 쏜 총에 사망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지난해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체첸공화국 출신 5명을 체포했으나, 넴초프의 가족과 지지자들은 범행을 지시한 이는 붙잡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극우 정당인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대표는 워싱턴 시의회의 결의에 대해 “더러운 술수”라고 비난했다. 공산당 정치인 드미트리 노비코프는 “미국 당국은 오랫동안 러시아 내정에 개입하려 해왔다”고 말했다.
넴초프가 살해당한 장소에 세워진 기념물은 자주 훼손당해 왔다. 넴초프의 딸은 워싱턴 시의회에 거리 이름 개명을 촉구하려고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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