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국 부통령
테러용의자 조사방식 엄격 규제방안
백악관·국방부 등 “찬성” 체니만 “반대”
‘리크게이트’ 관련 부시와도 틈 벌어져
“딕 체니 부통령은 고립되는가.”
최근 체니 미 부통령의 처지를 표현한 <뉴스위크> 인터넷판의 제목이다. 역대 가장 강력한 부통령으로까지 불렸던 체니가 힘이 빠지면서 정책결정 과정에서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대표적 사안이 테러용의자 조사방식을 둘러싼 이견이다. 지난해 터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학대 파문의 뒤엔 체니가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체니는 테러용의자들을 강경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태도는 지금도 그대로다. 그러나 다른 부처들의 시각이 바뀌었다.
이라크 상황 악화와 국제사회의 인권 압력 때문에 국무부는 물론이고 법무부와 국방부·백악관까지 테러용의자 조사방식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내놓은,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의 규정을 좀더 명확하게 하자는 구상은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과 백악관쪽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만이 끝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공화당의 한 인사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법무부는 (테러용의자 가혹행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백악관은 이 구상에 우호적이다. 국방부는 경계선에 있지만, 체니 부통령실은 아예 바깥에 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체니와 부시와의 ‘이상기류’를 감지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알려졌다. 테러용의자 고문금지 법안을 추진 중인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 의원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상의하고 싶다”고 하자, 부시는 “(체니가 아니라) 스티브(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와 상의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매케인 의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것이 꼭 그런(부시와 체니의 틈이 벌어졌다는) 사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도 않겠다”라고 밝혔다.
부시와 체니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관측은 최근 체니 비서실장이던 루이스 리비가 ‘리크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되면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여기에 부시 행정부의 아킬레스 건으로 떠오른 이라크 문제가 불을 질렀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인사들의 말을 빌려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 침공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전쟁이 2년 반이나 끌면서 부시 대통령이 화가 났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체니의 고립은 이라크 철군 문제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어려움에 처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두사람이 아주 가깝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체니는 최근 매릴랜드 체사피크 해안가에 260만달러짜리 휴가용 집을 구입했다. 이 집은 럼스펠드의 주말 별장과 이웃하고 있다. 워싱턴 정치권에선 부시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년 초에 백악관과 내각을 개편하면서 럼스펠드 장관을 내보낼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럼스펠드가 얼마나 버티느냐는 체니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또다른 잣대가 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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